검찰·법원 차관급 인플레 … “직급 높아야” 권위주의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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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에 차관급 자리가 너무 많다’는 취지의 14일 안대희(57)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발언 이후 법원과 검찰 조직이 긴장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 검찰 몫 대법관 등 검찰과 사법부의 최고위직을 두루 거쳐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만큼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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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위원장 발언의 핵심은 “경찰은 차관급으로 청장이 있는데 검찰은 (차관급이) 55명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상 행정부(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에 고위직급이 지나치게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이는 전체 행정부 차관급 인사(105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법무부·대검의 국·실장급 보직 간부들이 차관급인 검사장으로 채워진 점이 주 공격 대상이었다.

 그러나 검찰 개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검사장급 자리 수는 계속 늘었다. 심지어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07년 검사장급 자리가 8개 늘어났다. 신규 임용 검사 100명 시대를 열었던 사법연수원 13기의 인사적체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에 대응하는 조직으로서의 검찰을 구성하는 사법행정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사법기관으로 헌법상 주어진 임무와 역할이 다른데 경찰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마치 공무원 직급에 따라 책임과 처우가 다른 것을 두고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국 단위 검찰청이 법원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견제·협력하려면 지검장에게 차관급 예우를 하는 것이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또 ‘차관급’이라고 해야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지원되고 의전 등 예우가 달라지는 것뿐 큰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사법부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법원 내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고등부장) 수는 무려 133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법원 내 고등부장 가운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에 근무하는 9명을 제외하고 각급 법원장 등 나머지 124명은 재판업무를 한다. 일선 고법 재판부의 고등부장까지 차관급 예우를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게 주 비판 이유다.

 대법원 측은 “사법부는 입법·행정부와 함께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검찰과 상황이 같지 않다”며 “특히 고등부장의 90% 이상이 재판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국·실장급 보직간부가 많은 검찰이나 다른 행정부처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이 차관급 인사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년 경력의 한 변호사는 “(법원·검찰 모두) 조직이 비대하고 직급의 인플레이션이 심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의 차관급 자리 경쟁은 예산 낭비이자 두 기관의 ‘자리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직 감량’ 문제는 사법개혁 단골 메뉴=사법부와 검찰의 직급 조정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개혁 차원에서 검토해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는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 안에 사법개혁 소위를 만들어 검찰의 직급 하향 조정을 검토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인수위원회에서 직급 조정을 추진했지만 검찰의 반발에 밀려 장기과제로 미뤄졌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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