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주사 사용 내역 정부가 직접 챙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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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지난해 582만5000병(앰플)이 각급 병·의원에 공급됐다. 2009년에 비해 40%나 늘어난 수치로 이 가운데 63%를 동네 병·의원이 가져갔다. 하지만 상당수가 비보험으로 처방돼 건강보험공단에서조차 어떤 환자에게 얼마나 쓰였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난 8월 한 산부인과 의사가 여성 환자에게 과다 투약해 숨지게 한 수면마취제 미다졸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보험·비보험 처방에 관계없이 프로포폴·미다졸람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사용 내역을 정부에 매달 보고해야만 한다. 정부가 사용량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병원은 환자가 약품비를 전액 부담(비보험)해 처방받은 경우를 포함해 55개 성분(574개 품목)의 마약류 사용 내역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약류 관리법을 개정키로 했다. 복지부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현재는 의료기관별 마약류 공급량만 보고받지만 앞으로는 사용량을 직접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도 병원들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작성토록 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 또 분기별로 식약청과 보건소가 일부 병원만 방문조사하는 수준이어서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병원에선 불면증 치료제나 피로회복제로 프로포폴 등을 불법 처방하는 사례가 많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선 환자가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을 알고도 환자가 요구하면 한 번에 20만~30만원씩 받고 비보험으로 주사를 놔준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에 접근하기 좋은 의사나 간호사들이 불법 투약과 오남용의 중심에 서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숨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22명 중 의사·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가 17명이나 됐다. 향정신성의약품 제조 단계부터 약 포장지에 RFID(무선칩)이 부착돼 유통이력이 관리된다.

 정부는 또 중복처방 점검대상(DUR)에 프로포폴·미다졸람 같은 주사제도 포함하기로 했다. 의사들에게 환자가 기존에 처방받은 의약품 정보를 제공해 향정신성의약품 과다처방을 막겠다는 것이다. 일부 중독 환자들은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병원을 옮겨다니며 수면내시경을 연속으로 받기도 한다. 상계백병원 홍기혁(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교수는 “정부가 이제라도 프로포폴의 안전한 사용과 관리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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