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사건, 검찰·특검이 잘못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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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7년 대선 정국을 흔들었던 이른바 ‘BBK 사건’과 관련해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피해자들의 미국 내 민사소송을 담당해 온 재미교포 메리 리(사진) 변호사가 15일 “검찰과 특검의 BBK 수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리 변호사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BBK 사건의 핵심은 에리카 김과 LKe뱅크인데 검찰이 이를 알면서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LKe뱅크는 이명박 대통령, 김경준 전 BBK 대표,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등이 주도해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대주주였던 LKe뱅크로 자금이 빠져나간 기록이 있는데 검찰이 LKe의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며 “수사 초기부터 에리카 김과 이 대통령(2002년 당시 서울시장)이 수사 대상에서 빠지며 김경준씨 단독범행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의 역할에 대해 리 변호사는 “당시 옵셔널벤처스의 사외이사로 등재된 점과 40여 개의 유령회사를 세우고 횡령한 돈 140억원을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대표로 있는 다스로 송금한 점 등으로 볼 때 사건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BBK 사건은 김경준씨가 투자자문회사 BBK를 통해 끌어들인 투자금으로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한 뒤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원대 불법수익을 챙긴 일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과 특검이 수사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은 BBK 사건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에리카 김을 충분히 조사한 뒤 기소유예했고 LKe뱅크도 금감원과 특검에서 광범위하게 계좌추적을 실시했다”며 “주가 조작과 횡령이 김경준씨의 단독범행이라는 점은 사법부가 확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경준씨가 ‘BBK투자자문은 이 대통령 소유이고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횡령자금의 사용처와 주식 판매대금이 김경준씨의 미국 계좌로 송금된 점을 들어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 법원은 물론 미국 법원의 민사소송에서도 확정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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