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너마저"…미달속출하자 분양가 내리거나 분양연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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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청약 불패' 행진을 이어왔던 세종시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최고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뜨거웠던 청약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면서 가을 분양을 앞둔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순위 내 마감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이달 중 세종시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설 예정인 중견 건설사 A. 최근까지 분양에 나설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분양가를 크게 낮춰(3.3㎡당 700만원 초중반대) 이달 말께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 업체가 분양가까지 낮추게 된 것은 최근 들어 세종시 분양 열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순위 내 청약이 미달된 단지가 나왔다.

잠재수요 있다지만

A사의 아파트 입지도 문제였다. 그동안 세종시에서 분양됐던 아파트들은 대부분 세종시 내 5개 생활권 가운데 정부종합청사가 이전하는 1-3생활권과 가까워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면서 청약률이 고공행진했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아파트들은 정부청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청약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A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분양일정을 늦추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반인 잠재수요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분양을 서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순위 내 마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초까지는 물량을 모두 소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의 청약률이 줄어드는 데에는 세종시로 이전할 공무원 대다수가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최근 낸 자료를 보면 2014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할 기관의 공무원은 모두 1만452명으로 이 가운데 7273명인 70%가 이미 현지에 아파트 등을 분양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까지 세종시에서는 2만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으며, 전체 물량 중 70%에 한해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들에 특별공급 됐다. 나머지 30%만 일반인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때문에 일반분양 경쟁률은 수십대 1까지 치솟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공무원 이전 수요에 대한 아파트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다다르면서 공무원 특수는 사실상 끝물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내년부터 공무원 아파트 분양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LH관계자는 "아직 아파트를 분양 받지 않은 공무원 가운데 대다수는 인근 지역에 전세나 월세 등 임대거주를 계획하고 있어 얼마 전 공무원 특별분양 비율을 낮추고 일반분양 비율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예 분양 일정을 미루는 업체도 있다. 중견건설사인 B사는 이달 중으로 계획됐던 아파트의 분양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B사 관계자는 "분양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어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올해 분양 계획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는 지난 7월 분양을 마친 영무예다음 공공임대 아파트가 처음으로 순위내 청약에 실패한 이후 지난달에는 유승한내들 아파트가 대거 미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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