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이바니세비치 부활이냐, 영국 자존심 회복이냐

중앙일보

입력

노장 고란 이바니세비치(29.크로아티아)의 부활이냐, 팀 헨만(27)을 앞세운 영국의 자존심 회복이냐.

세계최고 권위의 윔블던테니스대회가 남녀 모두 4강까지 압축된 가운데 3년 연속 준결승에서 만나는 앤드리 애거시(미국)와 패트릭 라프터(호주)의 대결 못지 않게 관심이 집중되는 화두다.

이바니세비치는 92년, 94년, 98년에 3번이나 결승에 올랐으나 결국 우승과 인연이 없었고 세계랭킹도 한때 2위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25위까지 추락한 '흘러간 스타'. 그러나 이바니세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특기인 서비스의 속도와 각을 회복하며 연승을 거듭했고 US오픈 챔피언인 마라트 사핀(러시아)마저 꺾고 준결승에 올라 화려한 재기를 예고했다.

이 때문에 그가 전성기 때도 해내지 못한 윔블던 우승에 성공할 지 여부는 올드팬들의 흥미를 잔뜩 자극하고 있다.

이바니세비치와 싸우는 헨만은 윔블던 개최국이면서도 36년 프레드 페리를 마지막으로 외국 선수들에게 우승컵을 헌납하며 `남의 잔치'를 베풀어온 영국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팬들은 이번에는 헨만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75년만의 우승컵 탈환에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어 어깨가 매우 무거운 상황. 헨만은 98년과 99년에도 4강에 올랐지만 두번 모두 '황제' 피트 샘프라스(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샘프라스가 일찌감치 탈락해버려 어느때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두 선수 모두 윔블던은 물론 다른 메이저대회에서도 정상에 서보지 못했고 나이도 적지않은 편이어서 이번 대회가 향후 선수 생활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중에 있어서는 애거시와 라프터의 경기가 더 크겠지만 팬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건 이바니세비치와 헨만의 대결에 더 눈길이 간다는 반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