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관리 주식투자 OK"

중앙일보

입력

이제 중국 고위 관리들도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동안 절대시돼온 '고위 간부 주식투자 금지령' 이 마침내 해제됐기 때문이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5일 당내 소식통을 인용, "당 중앙은 지난달말 고위 간부들의 주식투자를 금지해온 수년간에 걸친 금제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훙터우(紅頭.1급 비밀)문건을 각 조직에 하달했다" 고 보도했다.

홍콩내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최근 장쩌민(江澤民)주석이 당 창건 80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기업인도 입당 가능' 발표와 함께 '중국의 완전 자본주의화' 를 상징하는 의미있는 조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문건은 "중국 내 증권시장이 이미 성숙됐고, 증권법 등 관련법도 제정됐기 때문에 처장(處長)급 이상 고위 간부에 대한 주식투자 금지조치를 해제한다" 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중국 내 증권업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이 사실을 거의 언급하지 않거나 아주 작게 취급하고 있는 점은 주목거리다.

이에 대해 중국 내 한 증권업계 인사는 "관리들은 그동안 차명.가명.위탁 등 각종 편법을 통해 사실상 마음대로 주식투자를 해왔다" 고 전하고 "이번 조치는 엄연한 현실을 법률에 반영한 것 뿐이며, 따라서 시장이 새롭게 반응할 여지도 없다" 고 풀이했다.

또 다른 증권계 인사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나온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며 "이번 조치는 중국 증권시장이 위험수위를 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조치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현재 중국 내 증권시장 수익률은 평균 50~60배를 웃도는 실정이어서 해외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거품 경계론이 대두되도 있으며, 언젠가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고 설명했다.

1992년 8월 10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시에서 첫 주식이 발행됐을 때 투자자들이 서로 주식을 구입하려고 다투다 소요가 일어난 적이 있다.

이 사건 직후 중국 정부는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처장급 이상 고위 간부의 주식투자 금지조치를 발표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sk427@netvig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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