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을 수면장애·불안장애 치료로 처방…의료기관이 오남용 방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서울에 사는 37세 여성 A씨. 올 7월까지 서울의 한 마취통증의원에서 프로포폴 주사를 15번 맞았다. 2월에 일주일 간격으로 2번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그는 3월에는 2~3일 간격으로 10번 정도 주사를 맞았다.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45세 남성B씨도 마찬가지다. 위 내시경을 이유로 경남 OO내과재활의원에서 프로포폴을 5회 처방받았다.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34세 여성 C씨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한 내과에서 수면장애를 이유로 무려 59번의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C씨는 6월 한 달 동안 총 11회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이후 7월에는 6번, 8월에는 20번, 9월에는 22번까지 맞았다. 올 5월에는 병원까지 옮겨가며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이 일선 병의원에서 과다 처방되는 사례가 많지만, 이를 통제할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당국의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의미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프로포폴 수진자 상위 100명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이 오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한 해동안 59회나 처방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포폴은 30분~2시간 이내 마취가 필요한 뇌·심장·신장 질환의 환자에게 마취를 유도·유지하는데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마취 효과가 뛰어나 내시경 등 수면마취를 할 때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정신적 의존성이 커 지난해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조사결과 적응증과 달리 일선 병의원에서 불안장애·수면장애를 이유로 처방하거나 위식도 역류(내시경)을 핑계로 과다하게 처방한 사례가 빈번했다. 사실상 의료기관에서 프로포폴 투약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 병원에서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후 건보공단에 급여를 청구하면 약값과 시술비용을 모두 해당 병원에서 물어내야 한다.

신의진 의원은 "과다 처방된 사례 모두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 불안장애·수면장애를 이유로 처방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마취제일 뿐 치료제가 아니다"라며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무작위로 처방했지만 이를 통제할 시스템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DUR로도 이를 걸러내기 힘들다. 신 의원은 "DUR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과다처방 등을 거르도록 돼 있는데 프로포폴은 단일제제인데다 환자 투약일수가 365일을 넘지 않는 경우 적용이 힘들다"며 "향전신성의약품은 중독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비급여라도 처방사실을 보고하거나 DUR시스템에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기기사]

·여의사 30%가 “아이 원하지 않는다” [2012/10/08] 
·3만여 의사·가족들 운집, 의사가족대회 열기 '후끈' [2012/10/08] 
·대선 후보들, 의사가족대회에서 무슨 발언 했나 [2012/10/08] 
·박근혜, 문재인 대선 후보 한마음전국의사가족대회 참석 [2012/10/07] 
·산부인과학회→여성의학회 명칭 변경 이번엔 가능할까 [2012/10/08]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