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영공 침범한 드론 격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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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영공에 나타난 소형 드론(무인정찰기)을 이스라엘 공군이 격추 시키는 장면. 이스라엘이 제공한 동영상을 AP가 캡처한 화면이다. [네게브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자국 핵 시설 인근 영공에 침범한 국적 불명의 무인정찰기(드론·drone) 1대를 격추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드론은 6일 오전(현지시간) 지중해 방향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55㎞까지 진입했다가 이스라엘 공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드론이 포착된 직후 네게브 사막의 라몬 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 두 대를 띄웠고 인구 밀집 지역을 벗어나도록 유도한 뒤 격추했다.

 아비탈 레보비치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소속을 알 수 없는 드론 한 대가 침입해 이스라엘 영공에 20분간 머물렀으며 헤브론 근처 인구 밀집 지역으로 날아와 격추했다”고 밝혔다. 드론은 폭발물을 탑재하지 않아 정찰용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스라엘은 네게브 사막의 디모나 지역에 핵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은 1950년대 디모나 핵 기지를 비밀리에 지은 뒤 핵무기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드론이 디모나 핵 기지를 촬영하려던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의 소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레바논에 근거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을 지낸 미리 레게브 의원은 문제의 드론에 대해 “헤즈볼라가 발사한 이란산 드론”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핵 개발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충돌해 온 이란이나 이란의 동맹국 레바논이 디모나 핵 기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드론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그동안 수차례 이스라엘 영공에 드론을 띄웠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 상공에 드론을 보냈다가 요격당했고, 2004년에 보낸 드론은 지중해상에서 추락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는 영공 침범을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여기고 있으며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레바논 국영 통신사는 7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상공에서 공습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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