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재미 바이러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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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291호 04면

신간을 정리하다가 『장사의 神』이란 책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자카야의 전설’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노 다카시란 일본인이 쓴 음식 장사 지침서입니다. 5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해 20개가 넘는 선술집을 낸 그는 종업원 중 200명이 넘는 사람을 이자카야 사장으로 만든 걸물입니다.

그가 사장감이라 생각하는 종업원의 덕목은 성실하고 꼼꼼한 품성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손님이 즐거워 할지 생각하고 그것을 즐기는 능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집도 좋아하지만 재미있는 집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음식 장사는 ‘건전한 다단계’입니다. 재미를 느낀 손님이 또 다른 손님을 끌고 오는.

문득 싸이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강남스타일’을 어떻게 찍었는지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에서 그는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시하고 그렇게 찍은 영상을 보면서 먼저 폭소를 터뜨립니다. 이렇게 웃기는 장면은 세상에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죠.

외국어라곤 “섹시 레이디” 한마디밖에 없는 ‘강남스타일’이 어떻게 지구촌을 강타했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자기 자신부터 웃겨 죽는 싸이의 ‘재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외국인들이 다시 친구들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뭐 있겠습니까. 한판 흐드러지게 즐기다 가면 되는 것이겠죠. 싸이의 노랫말이 귓전을 싸고 도는 청명한 가을입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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