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가치주 다툼에 금융주도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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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료들이 노출됐지만 증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속에 갇혔다. 종합지수는 옆으로 기고 매수 주체도 실종됐다. 그러나 물밑에는 새로운 주도주를 찾기 위한 탐색전이 치열하다.

최근 지수상승을 주도한 가치주의 강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대해 "가치주는 끝났다.

지금은 기술주를 사야 한다" 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흘러간 물은 방아를 돌리지 못한다" 며 차세대 주도주의 부상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 새로운 주도주는=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안개증시에 활력소를 불어 넣을 새로운 주도주로 가치주를 꼽았다.

그는 "정보기술주(IT)는 IT경기가 회복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며 "당분간 가치주 중심의 장세가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증시 흐름과 비교해도 아직 주도주 변경이나 대세상승기를 논하기 이르고, 가치주 중에서 태평양.신세계 등 업종 대표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기술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이야말로 기술주를 저가매수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올 들어 가치주라기보다 비(非)IT업종의 우량소외주가 증시를 이끌어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면서 "이들 주가가 이미 적정수준 이상으로 올라 이제는 저평가된 기술주에 눈을 돌려야 할 때" 라고 주장했다.

◇ 대안은 금융주(?)=가치주와 기술주의 논란속에 당분간 금융주가 틈새시장의 주도주로 떠오를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해외 DR발행과 대우차의 GM매각 가능성 등 국내의 구조조정 변수가 가닥을 잡으면서 은행주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지루한 조정 장세에서 외국인들은 벌써부터 우량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며 "외국인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도주가 나타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투자분석부장도 기술주보다는 금융주와 실적호전주의 비중을 높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IT업종이 당분간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힘들어 지금은 주도 업종을 고르기보다 종목별 개별장세에 대비해야 한다" 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하와 한국통신의 해외 DR발행 등 굵직굵직한 재료들이 모두 노출된 상황에서 금융주가 시장을 주도하기엔 힘이 딸린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 대세상승 시기=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약세장을 예견하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7월 중순 이후 서울 증시가 대세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것" 이라며 "지금이 주식 매수 타이밍"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9년 말부터 시작된 하락장세가 1년6개월여만에 매듭을 짓고 곧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안 이사는 "지금은 새로운 주도주를 논하기보다 본격적인 대세상승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해야 할 시기" 라며 "늦어도 8월부터 대형우량주→증권.금융주→기술주 순으로 주가가 움직일 것" 이라고 관측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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