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기도 20대 네티즌이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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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모(24)씨가 “죽을 준비를 끝냈어요”라는 글을 올리며 공개한 사진. 번개탄과 소주 등이 보인다.

인터넷 게시판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이 다른 네티즌들의 발 빠른 신고로 목숨을 구했다.

 1일 오후 10시45분 한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죽을 준비를 끝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이제 불 피우고 갈 거랍니다. 유서도 안 썼어요. 그냥 변명하는 거 같아서. 안녕히 계세요.”

 ‘시나브니’라는 아이디의 이 네티즌은 자살을 암시하는 글과 함께 소주와 담배, 번개탄 봉투 등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다른 네티즌들이 “제발 마음을 돌리세요” 등 자살을 말리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시나브니는 오후 10시53분 마지막 글과 함께 욕조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제가 죽을 자리 보여 드릴게요. 소주 한 병만 더 마시고 누울 겁니다.”

 이 글을 끝으로 시나브니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자살을 말리는 댓글 1100여 개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네티즌들은 112 신고센터와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 등에 신고했다. 30분 뒤쯤 신고를 접수한 서울 중부경찰서는 IP 추적으로 시나브니가 부산 서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부산 서부경찰서와 공조해 위치 추적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2일 오전 1시24분 부산 서구의 한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쓰러져 있는 박모(24)씨를 발견했다. 인근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박씨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네티즌들은 경찰서 게시판 등에 “경찰이 재빠른 대처로 목숨을 살려 고맙다” 등의 글을 남겼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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