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자리 내주는 일본 의료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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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공공재인 의료에서 시장경제의 원리는 미덕이 될 수 없을까.

일본 의료산업의 몰락을 예고해 현지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병원침몰』은 의료에서조차 민간주도형 시장경제가 정부주도형 사회주의 의료보다 우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의료 저널리스트들이 1999년 발간한 책자를 지난 20년간 의학담당기자로 활약해온 중앙일보 고종관 차장과 일본어 번역가 문용욱씨가 옮겼다.

이 책에 소개된 일본의 의료현실은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재정파탄으로 얼룩진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된다.

저자들은 일본의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이 미국의 병원체인과 다국적 제약회사에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한가지 사례를 보자. 담석증의 경우 일본은 평균 25.7일 입원하지만 미국은 4.2일 입원한다. 진료의 표준화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이 무엇인지 이미 표준화를 통해 모범답안이 제시돼 있다. 이를 벗어난 처방은 민간보험회사에서 사정없이 삭감하고 표준화를 거부하는 의사는 퇴출당한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당청구도 생기지 않는다. 정부가 감시하지 않아도 시장이 알아서 규제하기 때문이다. 비용대비 효과가 낮은 처방이나 검사, 수술은 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한다.

의료 소비자인 환자는 당연히 낮은 수가로 좋은 진료를 보장하는 보험회사에 가입하게 된다. 의료에서도 시장에서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능한 모든 의료영역에서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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