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왜 동물을 못살게 굴까

중앙일보

입력

실제 동물구조단(소장 김주희) 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장편동화 『야생동물 구조대』는 '동물의 왕국' 수난편쯤 될까.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좋아하는 동물들의 독특한 습성과 생태 이야기에 폭 빠져들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동물' 인 인간이 얼마나 이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전체 얼개는 산골마을 '솔티말' 에 사는 초등학생 산이가 올무에 걸린 고라니를 발견, 야생동물 구조대의 도움으로 치료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워간다는 줄거리.

여기에 하룻밤 사이에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을 먹어 치우고 먹은 뒤엔 꼭 똥을 누고 사라지는 수달이라던지, 어른 서넛은 거뜬히 끌고 도망칠 정도로 힘이 세지만 혼자 두면 외로움을 타는 물개,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의 얇은 막을 이용해 행글라이더처럼 활공하는 야행성 동물인 하늘다람쥐 등 우리나라 야생동물들이 처한 어려움과 구조대의 활약상에 관한 청년 대원 석이의 이야기가 어린 독자들을 꼭 붙들어 맨다.

두 집만 달랑 남아 폐허처럼 돼버린 마을을 떠나 도시에 가고 싶어하는 산이라든가, 아무나 '성(형) ' 이라 부르고 담배를 권하는 등 덜 떨어진 듯한 행동만 하지만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사려깊은 스물다섯살 청년 구만이, 박봉 때문에 결혼도 하기 힘들 정도지만 동물들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가는 구조대원 석이 등도 많은 것을 생각케 해주는 인물들이다.

석이가 동물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방식과, 산이의 동급생인 치호가 밀렵꾼인 할아버지가 놓은 덫에 걸리는 설정 등이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구성도 산만해 보인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야생동물 구조대라는 색다른 소재와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이용, 주제의식의 무게를 덜어 준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고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