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새 노조와 임단협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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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진중공업 노사가 4년 만에 임단협을 타결하고 27일 조인식을 했다. 하루 전 노사는 기본급 15% 인상, 생활안정지원금 1200만원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어 이날 노조 찬반투표에서 82.7%의 찬성을 얻어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번 노사 간 교섭은 새 노조인 한진중공업노동조합(조합원 571명)이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조합원 132명) 대신 대표교섭권을 확보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새 노조는 교섭 대표노조가 된 뒤 조합원들의 생계 안정을 가장 우선시 해 임단협 교섭에 나섰다. 사측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노사 화합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응하면서 교섭 20여일 만에 타결을 이끌어 냈다.

 이번 사례는 지난 7월 복수노조제가 시행된 이후 부산·경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새 노조가 단체 교섭권을 획득했으며, 임단협도 처음으로 새 노조와 타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김상욱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임단협 타결로 조합원들이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면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회사 살리기에 힘을 합쳐 휴직 중인 조합원들을 빠른 시일 내에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상무는 “임단협 타결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재도약의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하루빨리 회사가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이고 6차례에 걸쳐 희망버스가 부산에 내려오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었으나 이번 임단협 타결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11월 다가오는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와 두 노조 간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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