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두권 챙겨가면 해외여행 '감동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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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너무 길어 여름이 벌써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천만에. 이제 시작인 걸. 드디어 왔다, 떠날 때가. 세계는 넓고 갈 데는 많으니, 저 태양의 유혹을 어찌 무시하랴.

단, 판박이 같은 관광안내 책자 하나 달랑 들고 떠나는 여행은 이제 그만. 여행정보도 충분히 담겨 있으면서 문화의 향내 그윽하고 글맛이 꼭꼭 씹히는 책들도 배낭에서 빠뜨리지 말자. 책 한두권의 부피를 훨씬 뛰어넘는 감동으로 당신의 여행을 채워줄 테니까.

이런 책들은 해외는 언감생심, '방콕(방 구석에 콕 틀어박히는 것) ' 여행으로 때워야 하는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 자유로운 예술혼은 아직 죽지 않았다-유럽

유럽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서양 미술의 발자취를 따라보는 것일 게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가 1995년 내놓은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학고재) 과 그의 따끈따끈한 신간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기행』 (중앙M&B) 이 딱 들어맞는 안내서다. 감성적인 언어로 전문가적 미술감상 포인트를 쉽게 풀어놓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기행-유럽편' 이란 부제가 붙은 문명비평가 권삼윤씨의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 (효형출판) 는 고대 유적의 상징인 라스코 동굴의 선사유적부터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기까지 30곳을 다루고 있다. 서양과 동양문명의 차이, 공산주의의 흥망까지 되돌아보게 한다.

유럽의 소시민들과 어울려 보고 싶다면 『유럽의 축제』 (컬처라인) 를 참고해볼 것. 내용이 그다지 깊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카니발' 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축제 일정을 한눈에 찾아보는데 그만이다.

◇ 명상, 그 너머에 구도의 길이 있다-인도.티베트

석가모니와 달라이 라마의 이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도의 땅' 인도와 티베트. 비록 10년 전의 여행기지만 법정 스님이 쓴 『인도紀行-삶과 죽음의 언저리』 (샘터) 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가 달라이 라마와 직접 인터뷰하며 엮은 『달라이 라마 나의 티베트』 (시공사) 는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읽어볼 만한 지혜의 글들이다.

또 1990년부터 다섯차례나 인도 땅을 밟은 이지상씨의 『슬픈 인도』 (북하우스) 가 서정성 짙은 글이라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여동완씨의 『티벳 속으로』 (이레) 는 현지정보에 보다 충실한 티베트 '길잡이' 다.

◇ 문명과 오지의 경계는 무엇인가-아프리카.중동.아메리카

이스탄불.카파도키아.트로이 등 고대문명의 근원지이면서 열악한 기후와 편의시설, 전쟁의 포연 속에 현대의 '오지' 처럼 돼버린 곳들을 둘러본 책이 『이희수 교수의 세계문화기행』 (일빛) 이다. 특히 저자의 전공인 이슬람문화에 대한 설명이 믿음직스럽다.

모로코 원주민 후예인 아내의 '뿌리찾기' 여정을 시적인 언어로 묘사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하늘빛 사람들』 (문학동네) 은 사하라 사막의 삶을 생생히 보여준다. 또 영어학자이면서 오지 여행가인 연호택씨의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성하출판) 은 파키스탄의 장수마을 '훈자' 로부터 인도네시아의 다약족.캐나다의 슬리아몬 인디언 등 소수민족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오지여행 붐을 일으킨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금토) 의 필자 한비야씨의 말대로 "여행은 때로 몰라야 더 볼 수 있는 것" 인지 모른다. 편견없이 맞부딪치며 현지인들의 삶을 피부로 느끼는 것, 그것 또한 여행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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