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같은 월세 받으려 했는데 … 오피스텔 상가 텅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근처 교보타워 뒤편엔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역 리가스퀘어 오피스텔이 있다. 2010년 6월 평균 14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오피스텔 190여 실은 다 팔렸지만 같은 시기 분양한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조성된 상가는 아직 대부분 미분양 상태다. 회사 측은 상가 분양을 포기하고 직접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지만 임대료(50㎡ 기준 평균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500만원) 부담으로 아직 임대계약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강남·논현·역삼역 주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상가는 임대수익률이 연 5%에 못 미치는 곳이 많아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곳은 공실률이 높다”고 전했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로 오피스텔 인기가 급등하고 있지만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오피스텔 상가)는 팔리지도 않고 분양된 것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이후 급증한 오피스텔은 보통 직장인이 선호하는 역세권, 대규모 산업단지, 대학가 주변 상업지역에 위치해 주변 상권이 잘 발달돼 있다. 오피스텔 상가도 자연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절반 이상 미분양됐다고 업계는 본다.

 동탄신도시 삼성반도체타운 인근 한 오피스텔은 2011년 12월 입주했지만 상가 부분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분양되기 전에 미리 임대를 구해주는 선임대 형식으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텅텅 비었다.

 송도신도시에는 최근 오피스텔 입주가 늘고 있지만 오피스텔 상가는 대부분 미분양된 실정이다. 445실 규모의 오피스텔 대단지인 커넬워크의 경우 2009년 10월 입주했지만 역시 대부분 팔리지 않았고 공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350여 개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다.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로 50㎡ 전후 상가 임대료가 200만~300만원 정도로 비싼 게 이유로 꼽힌다.

 오피스텔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장모(45)씨는 지난해 10월 준공된 서울 신림동 S오피스텔 상가 50㎡를 3.3㎡당 2300만원의 다소 높은 분양가에 계약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오피스텔이 400여 실이나 돼 단지 내 수요가 많아 임차인을 쉽게 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가 분양받은 상가는 임차인을 찾지 못해 아직 비어 있다.

 오피스텔 상가가 기대와 달리 부진한 것은 우선 높은 분양가 때문.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경기 침체로 임대료는 정체 중이거나 계속 떨어지는데 오피스텔 상가는 새로 생길 때마다 주변 상가 시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 공급물량이 많았던 것도 부담이다. 오피스텔 공급물량(면적기준)의 10% 정도가 오피스텔 상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오피스텔 상가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할 수 있고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한 곳이라면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상가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오피스텔 상가는 단지 입주민을 대상으로 장사하려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대로변이나 지하철역 앞 등 상가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있는 곳이 성공하는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