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알뜰주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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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말 ‘알뜰 주유소’의 서울 지역 1호점이 문을 닫으면서 정부의 기름값 정책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알뜰 주유소는 말 그대로 싸게 휘발유를 넣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해 초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지식경제부가 12월 내놓은 대책입니다.

 기름을 어떻게 더 싸게 공급할 수 있을까요.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석유공사·농협이 기름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주유소에 나눠줌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셀프 주유로 인건비를 줄이며, 사은품 축소까지 더해 가격을 내린다는 겁니다.

 요즘같이 기름값이 오를 땐 한 푼이라도 싼 걸 찾게 마련입니다. 올 1월에 L당 평균 1950원이었던 휘발유는 현재 2080원으로 약 7% 인상됐습니다. 국제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지요.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그동안 “장사에 필요한 돈을 지원해 주고, 세금도 깎아준다”며 당근을 던졌습니다. 그 덕에 자영업자·농협·도로공사 등이 운영하는 알뜰 주유소는 시행 9개월 만에 전국에서 700개를 돌파했습니다.

 알뜰 주유소 성공은 얼마나 저렴하게 기름을 사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기름을 사올 때 힘센 기존 정유사에 의존하다 보니 ‘많이 사는데 좀 깎아 달라’고 해도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알뜰 주유소 운영업자는 “석유공사에서 공급받는 기름이 싸지 않다”며 장사 못 하겠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1호점인 금천구 시흥의 형제주유소가 경영난으로 영업을 중지하자 사업성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전문가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기름값을 낮추는 게 효과적이냐”고 묻습니다. 지역적으로 따져보면 휘발유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엔 알뜰 주유소가 9개뿐입니다. 저렴한 주유소를 운영하기엔 땅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형 정유사가 직접 설립한 주유소의 아성이 단단해 그 틈을 비집기도 쉽지 않습니다. 기름값 인하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선진국보다 6배 높은 유류세(휘발유 가격의 절반가량)를 손질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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