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빠른 인터넷, 내년에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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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과천시의 지식경제부 청사.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0배 빠른 인터넷’ 시연회가 열렸다. 개발 책임자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상수 박사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3.2기가비트(Gb) 동영상을 내려받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초. 기존 인터넷이 연결된 옆의 컴퓨터는 수 분이 지난 뒤에야 ‘완료’ 문자가 떴다.

 전자통신연구원은 이날 새로운 광(光)통신 기술을 통해 초당 10기가비트(Gb, 100억 비트)로 콘텐트를 송수신하는 인터넷을 처음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보급된 인터넷은 초당 100메가비트(Mb, 1억 비트) 속도가 일반적이다. 신기술은 현재 인터넷보다 정확히 100배 빠르다.

 신기술이 본격 보급되면 대용량 방송·통신 콘텐트를 고품질로 신속히 즐길 수 있게 된다. 현재 DVD 한 장 분량인 40Gb 영화를 내려받으려면 6분 넘게 걸린다. 이 박사는 “이젠 4초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1Gb급의 고속 인터넷은 최근 미국 구글이 캔자스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연구원 관계자는 “통신망에 시차를 두고 정보를 쪼개 보내는 방식이라 제 속도가 나오지 않고, 전화국에서 집까지 도달 거리도 최대 2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개발 착수 2년 만에 거둔 국내 연구진의 성과는 ‘독창적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보통 초고속 인터넷은 광섬유를 통해 정보를 전송하는 데 레이저를 이용한다. 기존 인터넷은 레이저 하나를 쏜 뒤 여러 가입자가 시차를 두고 나눠 쓰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한꺼번에 정보가 몰리면 병목현상이 나타나기 일쑤였다. 이상수 박사는 “신형 기술은 레이저를 여러 개 쏴서 소비자에게 일대일로 정보가 전송되도록 했다”며 “도로에 막히는 구간이 없으니 뻥 뚫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새 인터넷 기술은 내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내수 진작에도 한몫할 전망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트 수요가 늘면서 제작·유통 업체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신기술이 보급되면 2020년까지 1만2000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4조3000억원 규모의 생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이날 지경부에선 세계 일등 수준의 다른 기술도 공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조비가 40% 싸면서 강도를 5% 높인 ‘첨단 마그네슘’을 내놓았다. 미국 항공사 보잉과 독일의 자동차 회사 등이 재료로 쓰기 위해 품질을 시험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기존보다 다섯 배 강도가 센 콘트리트를 개발해 사장교의 교각 간 거리를 500m에서 1㎞로 확장한 기술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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