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한장 제작비도 안되는 종목 43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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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유가증권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본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투자자도 잘 모르는 증권의 경제학을 알아본다.

◇ 주가 < 주권 인쇄비 종목 많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종가가 1천80원이하인 종목은 43개.

관리종목이 많지만 광주은행.경남은행 등 정상으로 분류돼 있는 종목도 5개나 포함돼 있다. 이들 종목은 액면가는 커녕 실물주식(주권) 인쇄비에도 못미친다.

지폐 1장의 제조원가는 70~80원이지만 유가증권인 주식과 채권의 제작비는 이보다 훨씬 비싸 장당 1천80원이 든다.

조폐공사가 공급하는 유가증권용 특수용지가 장당 1백30원이고, 여기에 상호.수권자본주식수.발행연월일 등 상법상 규정된 각종 기재사항을 인쇄하는 가쇄(加刷)비용이 대략 7백50원이다. 또 주권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장당 2백원의 인지대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 유가증권을 쌓으면 백두산 높이의 4.7배=지난 5월말 현재 증권예탁원에 보관된 유가증권은 1억7백56만9천3백12매로 시가는 8백5조4천1백93억원에 이른다.

이들 유가증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백두산(2천7백44m)의 4.7배로 국제선 장거리 여객기의 순항고도인 1만2천9백8m까지 도달한다.

◇ 무효 증권도 1조원어치=주권을 직접 보관 중인 투자자는 자신의 주식이 진품인지 여부를 한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도난이나 분실에 따른 사고증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5월말 현재 사고증권은 모두 16만3천4백18매, 1조2백29억원 어치에 이른다.

예탁원측은 "실물주식을 직접 보관하다가 분실하면 법원의 판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권리를 회복해야 하므로 증권사를 통해 예탁원에 보관하는 것이 최선" 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예탁원 홈페이지(http://www.ksd.or.kr)나 자동응답전화(02-783-4949)를 이용하면 사고증권을 확인할 수 있다.

◇ 퇴출기업 주권도 남아=기업이 사라지면 주권도 사라질 것으로 여기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증권예탁원에는 지금도 동화은행 등 퇴출 기업의 주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주식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사라졌지만 법률상 주권의 소유자가 주주들이어서 예탁원이 함부로 소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탁원 구현재 과장은 "동화은행이 퇴출된 뒤 이북 출신의 실향민 주주들이 기념으로 간직하기 위해 찾아간 주권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일부러 찾으러 하지 않는다" 고 전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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