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패자 구제하는 회생·파산절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일부러 빚을 지고 그 고통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빚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지인의 요청에 보증을 서는 바람에 정작 돈 구경도 못하고 많은 빚더미에 올라앉기도 한다. 과정이 어찌됐든 채무가 있으면 이를 책임지고 변제하는 것이 당연하고, 법으로도 이를 강제하고 있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채무는 삶의 의욕마저 꺾어 버리고 심지어 단란하던 가정을 파멸로 몰아가기도 한다.

회생절차와 파산절차는 이처럼 경제적인 파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개인과 법인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채무의 짐을 국가가 덜어주는 제도다. 종전에는 회생이나 파산 관련 법률이 개별적으로 규정돼 운영되다가 2006년 4월 1일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로 통합 제정돼 운영되고 있다.

  위 법은 개인과 법인 모두의 회생과 파산에 적용되는 법이라 일명 ‘통합도산법’이라고도 불린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개인의 경우 개인회생절차 내지 개인파산절차를 선택할 수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얼마간의 금액이라도 일정하게 갚아나갈 능력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일러스트=박향미]

개인회생제도는 장래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가 3년 내지 5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절차며, 개인파산제도는 당분간 돈을 벌 능력이 없거나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파산절차를 통해 청산하고 남은 채무는 면책 신청을 통해 채무를 면제받는 것이다.

면책신청은 파산신청과 동시에 하거나 파산선고결정 확정 후 1개월 이내에 할 수 있다. 통상 직장 등을 통해 매달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다만 파산선고를 받으면 상당한 사회적·법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당연 퇴직하게 되고 상당수의 기업에서는 취업규칙이나 사규에서 파산선고를 받는 것을 당연 퇴직사유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면책결정을 받으면 위와 같은 자격이 당연히 회복된다. 다만 퇴직한 직장에 당연히 복직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개인회생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개인워크아웃제도가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국가가 아닌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실시하며 신용회복지원협약에 가입한 채권금융기관들에 대한 채무만 조정할 수 있고 채무액의 한도도 개인워크아웃의 경우에는 5억원이며, 채무 원금의 면제에 제한을 두고 있는 점 등에 차이가 있다.

  개인회생절차와 개인파산절차를 중복해 신청할 수도 있다. 다만 중복 신청된 경우 개인파산절차는 일시 중지되고, 개인회생절차가 우선적으로 진행돼 개인회생계획이 받아들여지면 개인파산신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여기서 파산선고를 받은 후 면책결정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5년 동안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없다.

개인회생절차와 개인파산절차는 채권자의 이익을 희생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무를 면탈하고자 재산을 은닉하거나 허위로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음에도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채권자는 채무자가 면책된 사실을 알면서도 면책채권을 추심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임종석 변호사
일러스트=박향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