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통령?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공포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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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 조지타운대에서 24년째 대통령학을 가르치고 있는 스티븐 웨인 교수. [사진=JTBC]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포를 없애줘야 한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표를 모을 수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스티븐 웨인 교수는 22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람직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포용’을 강조했다. 웨인 교수는 1988년부터 24년째 조지타운대에서 대통령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백악관으로 가는 길』 등 12권의 책을 쓴 대통령학의 권위자다.

 - 11월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중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각종 지표를 보면 오바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4년 전 만큼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롬니에게 남은 기회는 10월에 시작되는 3차례의 토론이다. 여기에서 오바마를 능가해야 한다. 토론에서 현직대통령보다 도전자가 부각되면 판세가 뒤바뀐다.”

 - 실업률이 8%를 웃도는 등 경제가 어려운데 롬니가 고전하는 이유는.

 “대안없이 오바마를 비판만 해서다. 미국인들은 ‘오바마가 경제도 해결 못했고, 약속도 지키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롬니를 믿을 수도 없다’고 여긴다. 검증된 악마가 검증되지 않은 악마보다 낫다는 식이다. 롬니는 마치 플라스틱 같다. 친밀감이 없다. 리더가 친근함을 주는 건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1% 대 99%라는 식으로 계층 갈등을 유도하는 오바마의 리더십이 위험하진 않은가.

 “오바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먼저 자신이 중간지대에 자리잡고, 공화당을 더 보수쪽으로 밀어넣는 전략을 구사한다. 선거전략에서 먼저 중간층을 차지하고 상대방을 극단으로 모는 건 아주 긴요하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위험하다고 보진 않는다. 어쨌든 미국 정치에 복지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

 -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보다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다음으론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국민의 요구가 실시간으로 분출되는 21세기 대통령에겐 새로 신속한 의사 결정이란 항목이 추가된다.”

 -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재풀이 부족한 사람과, 능력은 떨어지지만 주변에 인재가 많은 사람 중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재풀도 넓다. 결단력이 없는 리더 주변엔 의견이 다른 사람들만 들끓는다. 다양한 주장에 치이고 만다. 거꾸로 능력이 뛰어나도 인재풀이 빈약한 지도자는 위험하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풍부한 인재풀이 없는 지도자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홈런타자와도 같다. 그 팀이 우승하긴 어렵다.”

 -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에 빠진 대통령의 바람직한 처신은.

 “레임덕이란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지지를 잃는다는 거다. 정권 교체기에는 여당 내 힘이 갈라진다. 사람들을 한데 모을 정치적 수단도 없다. 하지만 덜 당파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게 장점이다. 그걸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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