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높던 펜트하우스 알고 보니 절반 이상 미분양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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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아파트 꼭대기층 고급주택인 펜트하우스의 불이 꺼져 있다. 뛰어난 조망권과 희소가치 덕에 인기가 높았던 아파트 거주자들의 ‘로망’이 꺾인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입주한 초고층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5채 중 3채 정도가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2009년부터 완공된 50층 이상 12개 단지 펜트하우스 57가구의 소유권 등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57.9%인 33가구가 팔리지 않은 시행사 소유로 조사됐다. 펜트하우스가 있는 단지 내 다른 일반가구는 대부분 주인을 찾았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두산위브더제니스 3개동(70~80층)의 최상층 5개층을 차지하고 있는 전용 222㎡형 30가구 중 개인 소유는 5가구에 불과하다. 인근에 들어선 해운대 아이파크의 국내 최대 규모인 전용 285㎡형 2가구도 모두 비어 있다.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의 경우 51층 전용 199㎡형 2가구 중 한 가구가 남아 있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리첸시아와 인천시 학익동 엑슬루타워의 최고층 최고가 4가구 역시 팔리지 않았다.

분양가 비싼데다 환금성 떨어져 인기 식어

펜트하우스가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탁 트인 조망권을 갖춘, 한 단지 내 ‘1% 주택’이어서 분양불패였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주택시장 환경에 펜트하우스 콧대가 꺾였다. 금융위기로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청약당첨자들이 가격부담 때문에 잇따라 계약을 포기했다.

초고층 펜트하우스는 건축비가 많이 들고 조망권 가격이 반영돼 단위면적 당 대개 일반 가구의 두 배 정도로 비싸다. 여기다 금융위기 전 주택경기 호황기 때 아파트 높이·크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웬만해선 수십억원까지 치솟았다.

경기 침체기에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펜트하우스 약점이다. 분양대행사인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나만의 저택’ 같은 펜트하우스를 찾는 수요가 드물다 보니 제때에 적당한 임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업체들은 미분양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유승학 부장은 “물량이 많지 않고 펜트하우스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이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계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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