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비세의 흑, 비상수단 총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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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7보(67~87)=귀를 버리고 차단한다. 자식과 생이별하는 심정이다. 생이빨을 뽑히는 것만큼이나 아프다. 그러나 원성진 9단은 모든 걸 감수하기로 한다. 72까지 흑 귀가 백 귀로 변하며 17집 정도 생겨났다. 흑이 얻은 것은 중앙 흑 대마의 안정, 그리고 선수. 여전히 형세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흑은 주도권을 쥐고 뭔가 하고 있다. 승부의 기세 면에서 그 점은 중요하다.

 75, 77도 기민하다. 백 모양의 틈을 찌르며 83을 얻어냈다. 그리고 85로 걸쳐 드디어 흑은 새 세상으로 나아간다. 박영훈 9단이 간단하게 집 계산을 해본다. 우하 흑집은 40집이라고 한다. 하 중앙에도 집이 있지만 덤이 안 되거나 기껏해야 덤 정도이니 이 40집이 전 재산이라고 봐야 한다. 백은 좌하가 17집이고 하변이 6집, 우상에 12집이 있다.

 중앙과 좌상귀를 빼고도 35집이나 된다.

 85로 걸친 원성진 9단은 상대가 86으로 받자 곧장 87로 뛰어들었다. 이런 수법은 매우 드물다. 하수와의 접바둑을 연상케 한다. 하나 ‘참고도’에서 보듯 흑1, 3의 정석을 펼치면 그 순간 백4를 당한다. 백은 추가로 16집 정도가 늘어나는데 흑은 7집 정도가 늘어날 뿐이다. “이건 필패의 길”이라고 박영훈 9단은 말한다. 87은 비상수단인 동시에 승부를 논하기 위해선 반드시 뛰어들어야 할 필연의 길인 셈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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