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미우라 ‘무한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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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 대표팀 공격수였던 미우라 가 풋살 대표팀에 발탁 됐다. 사진은 지난 2005년 호주 시드니 FC에서 활약하던 모습. [중앙포토]

일본의 축구영웅 미우라 가즈요시(45)가 일본 풋살(실내축구) 대표팀에서 새 도전에 나섰다.

 희끗희끗 흰머리가 난 그는 아직도 요코하마FC(일본 J2리그)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뛰고 있다. 올해는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시즌 중 일본 풋살리그의 에스폴라다에 임대돼 뛰었기 때문이다. 이 인연으로 그는 지난 19일 발표된 일본 풋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대표팀은 24일부터 나고야에 모여 합숙훈련을 한다. 미우라는 11월 2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2012 FIFA(국제축구연맹) 풋살 월드컵에 참가한다.

 미우라는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기술은 여전해 풋살 대표팀에 뽑혔다. 어린 시절 브라질 유학을 다녀온 미우라는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한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대표팀에서 뛰었던 그는 상대 수비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가즈 댄스’라 불리는 화려한 골 뒤풀이로 명성을 높였다.

 그를 상대한 한국 대표선수들은 모두 은퇴했다. 그를 막았던 홍명보(43)는 감독으로 변신했다.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짜내 가며 일본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미우라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그의 부모는 이혼했다. 82년 고교 1학년이던 미우라는 학교를 자퇴하고 홀로 브라질 유학을 떠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키도 작고 발기술이 뛰어난 것 외에 특출 난 것이 없다”며 미우라가 브라질에서 성공할 것이라 보지 않았다. 실제로 미우라는 3년 만에 축구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방황하고 있던 중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브라질 아이들을 만났다. 그 속에서 한쪽 다리가 없는 아이가 지저분한 공을 쫓아 맨발로 뛰어다니는 것을 봤다. 미우라는 ‘난 두 다리도 멀쩡하고 좋은 신발과 깨끗한 공이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라며 마음을 바꿨다.

 축구화 끈을 고쳐 맨 그는 1년 뒤인 86년 브라질 명문 산투스와 프로 계약에 성공한다. 이후 브라질과 일본·이탈리아·크로아티아·호주에서 축구를 하며 희망을 전파했다. 일본 J-리그에서만 395경기에 나와 170골을 넣었고, 일본 대표팀에서도 89경기에서 55골을 기록해 A매치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다.

 미우라는 축구선수로 이룰 것은 다 이뤘다. 그러나 지난 5월 박지성 자선축구에 참가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축구장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면 은퇴하겠다. ”

 ‘킹 가즈’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김민규 기자

미우라 가즈요시

1967년 생(일본)
1m77cm
72kg
A매치 89경기 55골, J리그 395경기 170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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