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전으로 가는 ‘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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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그리고 대통령 후보와 전직 대통령의 ‘화해’ 문제가 여야의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이승만·박정희·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은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하면서다. 또 문 후보는 18일 “과거 군부독재 권력을 뒷받침했던 공화당, 민정당이 이름을 바꿔서 지금의 새누리당이 됐다”며 “권위주의 체제로 고통을 주고 인권을 유린한 과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면 제가 제일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고 참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해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경북 성주군 성주읍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유가족 방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으로 참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빨리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신 피해자들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를 그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문 후보는 17일 트위터에도 “박 전 대통령의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조건부 참배론’을 진영논리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박근혜계 이혜훈 최고위원은 “문 후보가 수락 연설에선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음에도 자신이 선호하는 사람만 골라서 참배를 하는 건 진심 어린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승만)까지 지나쳐버린 건 문 후보의 역사인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후보가 아직도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모든 국민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지지세력 결집에만 눈이 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 당시에도 문 후보가 ‘5·16 군사 쿠데타와 유신 독재 뿌리를 잇는 정치 세력이 지금도 이 땅에 주류로 행세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지 않으냐’고 말하는 것을 보고 갈등구조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판(再版)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소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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