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61, 희망의 씨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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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6보(61~66)=먼저 중앙전을 시작한 쪽은 원성진 9단이다. 그러나 그는 중앙 행마에서 스텝이 엉켰고 그 여파로 중앙이 죽죽 밀리는 아픔을 겪었다. △는 전보 마지막 수. 귀의 백 두 점을 응원하며 흑을 위협하는 기막힌 자리다. 쫓기는 흑은 너무 바쁘고 황망해 이런 곳조차 응수할 여가가 없었다. 지금의 형세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원성진 9단은 △를 흘깃 보더니 61로 달린다. 귀가 몽땅 죽거나 말거나 이곳만은 만사 제쳐놓고 두어야만 했다고 국후 원성진 9단은 말했다. 부분적인 정수라면 ‘참고도1’ 흑1로 귀를 살리는 것. 그러나 백 2가 놓이면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백 세력은 날개를 달게 된다. 소소한 실리 따위와 비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그 무엇이 61의 한 수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 한 수로 비세의 괴로움이 해소될 리는 없지만 이곳을 둠으로써 아득하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리 9단은 62로 왔다. ‘참고도2’ 백1이 두텁기는 하지만 흑2, 4로 패를 내는 수단이 남게 된다. 62는 약간 엷지만 귀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백은 여유만만이었다. 큰 승부에 강한 구리라는 기사의 면모가 새삼 부각되고 있었다. 원성진은 65로 젖혀 귀를 깨끗이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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