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카지노 설립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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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굴지의 카지노 업체인 오카다홀딩스는 지난해 10월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의 하늘도시 142만㎡의 땅에 4조9000억원을 들여 카지노·쇼핑몰이 어우러진 복합 리조트를 짓겠다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큰손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도 가세했다. 지난 3월 영종도 미단시티 10만㎡에 8300억원짜리 리조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거창한 청사진과 달리 진척은 쉽지 않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 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특1급 호텔’을 먼저 지어야 신청 자체를 받아준다는 법 때문이었다. 사업 의지를 보이라는 취지였다. 해외 자본은 이 규정에 불편해했다. 이홍렬 지식경제부 산업물류투자팀장은 “객실 1000개짜리 특1급 호텔을 지으려면 3000억~5000억원이 든다”며 “외국 업체들은 ‘미리 투자를 했는데 정책이 바뀌어 카지노 설립이 불허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대책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18일 지경부가 호텔 건설 조건을 없애고 ‘사전 서류심사’만으로 카지노 신청이 가능케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지경부는 이날 “카지노 희망업체들이 사업계획서·자금조달 계획 등 약식 서류만 준비하면 허가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심사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 등 복합 리조트 허가에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지경부가 총대를 메고 법 개정에 나섰다.

 향후 시저스·오카다 등이 서류심사를 신청하면 문화부 장관은 60일 안에 적합 여부를 통보한다. 심사 작업에선 연도별 투자 규모나 사업의 진정성, 해외 카지노 사업 경험 등을 판단하게 된다. 이홍렬 지경부 팀장은 “서류심사를 통과했다고 카지노 사업권 허가가 나는 건 아니다”라며 “약속한 조건을 수행해야 최종 허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일각에선 카지노 난립으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송원 사무처장은 “카지노에 대한 국민 정서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불법자금 유입에 대한 차단 대책 등 보완조치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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