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접을 뻔한 이윤호, 재능기부로 다시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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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프로축구 강원 FC의 이윤호(22)는 젊은 나이에 인생의 큰 굴곡을 경험했다. 1m91㎝의 장신 수비수인 그는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도 뽑혔던 유망주였다. 프로에 진출하기 위해 2009년 10월 고려대를 중퇴하고 2011년 드래프트를 통해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지만 지난해 7월 연습경기 도중 무릎을 다쳤다. 결국 K-리그에서 한 경기도 못 뛰고 계약이 해지됐다.

 이윤호는 “뛸 팀을 구하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다. 축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초등학교 은사가 그에게 YMCA 축구단에 지원해 보라고 추천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1월 YMCA 축구단에 지원했다. 청소년 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이강(22·마쓰다 제르비아, J2리그)도 합류했다. 이윤호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솔축구센터에서 운동을 했는데 시설과 시스템이 프로팀 수준이었다”며 “재활 시스템도 좋아 아픈 무릎도 다 나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윤호는 지난 7월 테스트를 거쳐 강원에 입단했다.

 YMCA는 한국 근대 스포츠 발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이 YMCA가 축구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류지한 YMCA 부장은 “축구단은 야구의 고양 원더스와 같은 역할을 기대한다.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상으로 축구를 포기하려는 선수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창단한 YMCA축구단은 풍생고 감독을 역임했던 조관섭 솔축구센터장이 선수들을 가르치고, 내셔널리그나 K-3팀과 연습경기도 한다.

 재활 쪽은 나영무 솔병원 원장이 지원한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 원장은 “재활과 트레이닝은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찾지 못하는 선수들이 안타까워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YMCA 축구단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선수들을 모집 중이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상 등으로 고생하는 고졸 선수들이 지원하면 된다. 경비는 전액 무료이고, 신청은 솔축구센터(031-906-8207)로 하면 된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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