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세일 앤드 리스백 (Sale & Lease bac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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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빚을 내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져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의 얘기 들어보셨나요.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빚을 갚고 차익도 좀 벌어보려 했는데 그러지는 못하고 이자만 계속 갚아야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들을 ‘하우스 푸어’라고 하지요. <본지 9월 5일자 e10면> 내 집은 있으나 정작 그 집이 부담이 돼 생활은 곤궁해진 사람들입니다.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나오는 방안 중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이란 게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매각 후 임대’란 뜻이지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하우스 푸어들의 집을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산 뒤(세일) 집주인들이 월세로 계속 살게(리스 백) 해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원 집주인인 세입자가 다시 집을 살 권리를 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하우스 푸어들이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는 길은 집을 파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만, 집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밑지면서 팔려고 하지를 않고, 또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으니 은행이 구매자로 나서는 것입니다.

 세일 앤드 리스백은 본래 기업들이 운용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식입니다. 사옥을 팔고는 그 자리에 세를 드는 식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일단 부동산을 팔아 목돈을 마련하면서도 부동산은 그대로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택에 세일 앤드 리스백을 도입하는 게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비싼 값에 팔아 싼 월세에 살고 싶은 하우스푸어와, 싸게 집을 사서 비싸게 월세를 받고 싶은 은행권이 모두 만족할 절충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밖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은행이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번 돈으로 하우스 푸어라는 특정 계층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매달 빚을 꼬박꼬박 갚는 사람은 오히려 역차별당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우리은행이 이달 말부터 7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이 정책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정부와 은행권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세부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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