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이 느끼는 과학계 현실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중앙일보가 과학·산업 전문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대덕넷(www.hellodd.com)과 공동으로 대전 대덕연구단지 중심의 과학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한국 과학계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56%가 ‘문제가 많다’, 36%가 ‘문제가 조금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과학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공계 차별’(68%)을 꼽았다. ‘열악한 연구환경’이라는 대답은 36%로 두 번째였다. 다음으로 연구 풍토를 해치는 ‘정부의 과학정책 부재’(28%)-‘불합리한 관료주의’(28%)-‘단기 프로젝트 위주의 연구’(24%)-‘기초보다 응용·개발 위주 연구’(23%)-‘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20%)-‘연구과제중심운영시스템(PBS)’(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과학자들은 한국의 현재 과학기술 수준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다. ‘선진국과 비교한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뒤처진다’가 51%로 가장 많았지만, ‘보통이다’라고 답한 사람도 36%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래 과학기술의 핵심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부족하다’고 답한 사람이 55%로 가장 많았고, ‘아주 부족하다’는 응답도 25%였다.
중앙일보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의 설문에 응답한 미국 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소속 과학자들의 한국 과학기술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 비해 한국 과학기술이 ‘아주 뒤처진다’(7%)거나 ‘뒤처진다’(31%)는 응답이 ‘앞선다’(17%)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한국의 미래 과학기술 핵심 인력 확보에 대해선 ‘부족하다’(36%), ‘아주 부족하다’(30%)고 응답했다. 재미 한인 과학자의 70% 가까이가 한국의 과학기술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한인 과학자들은 ‘한국에 돌아올 마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귀국하려는 주된 이유 두 가지를 고르라’는 질문에는 ‘고국이므로’가 10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부모님에 대한 책임 때문에’(61명)라는 답을 했다. 셋째 이유로는 ‘외국인으로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기 때문에’(34명)를 꼽았다. 이국 땅 외국인 과학자로서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반영된 응답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국내 현실이 귀국을 망설이게 했다. ‘귀국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를 고르라’고 하자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55명)’라는 답을 가장 많이 했다. 다음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연구환경’(52명)-‘불합리한 과학제도’(36명)-‘자녀교육’(33명)-‘지나친 경쟁’(29명)-‘이공계 차별’(20명) 순으로 답했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미주 중앙일보=정구현(LA)· 강이종행(뉴욕)·유승림(워싱턴)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