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때 … 미 “MD용 레이더 일본에 추가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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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밴드 레이더

아시아 순방에 나선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17일 첫 방문지인 일본 도쿄에서 미사일방어(MD)용 고성능 레이더 기지 추가 설치에 합의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 미사일 위협 등 미국의 동아시아 MD 체계 강화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나온 발표라 중·일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일본 방위상과 패네타 미 국방은 일본에 두 번째 탄도 미사일 추적용 AN/TPY-2 레이더(일명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는 데 동의했다. X밴드 레이더는 4000㎞ 이내의 탄도미사일 형태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탐지 능력이 뛰어난 MD 시스템의 핵심 설비다. 일본의 X레이더 기지 설치는 2006년 아오모리현 기지에 이어 두 번째다.

 패네타는 회견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MD 강화가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을 부인한 것이다. 패네타는 일본에 이어 베이징을 방문해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 등을 만나 이를 설명할 예정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패네타의 방일과 회담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패네타와 회담 뒤, “일본과 미국의 인식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 조약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데 인식이 일치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패네타는 회견에서 “(미국은) 주권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은 센카쿠 갈등과 관련, 미국이 외견상 중립적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내심은 일본 편들기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해상감시선이 일본 해역 안으로 진입하고 일본 상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대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태에서 패네타가 전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데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애초 패네타는 중국과 오클랜드(뉴질랜드) 방문만 예정하고 있다가, 영유권 갈등이 격화하면서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미국이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던 기존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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