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00억 거절' 알고보니, 南 컵라면 무서워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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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100억원 상당의 수해 지원을 지난 12일 거절한 것이 ‘남한 컵라면의 인기를 두려워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17일 “남한에 ‘수해지원 품목을 알려달라’고 했던 북한이 태도를 급변할 이유가 충분치 않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탈북자들 사이에선 컵라면 300만개 지원을 제의한 것이 거절의 본질적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2010년 남한에서 받은 그릇라면(컵라면) 중 일부가 당시 신의주 수해자들에게 세대원 수대로 공급됐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당국이 그릇(컵)을 제거하고 라면 알맹이와 양념봉지(스프)를 나눠줬지만, 주민들은 양념봉지에 적힌 글씨를 보고 남한 것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는 한 탈북자의 증언도 소개했다.

2010년 우리 정부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 피해가 심각했던 신의주 지역에 컵라면 300만개를 지원한 바 있다. 데일리NK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식어서도 면발이 불지 않아 술안주로 이만한 게 없다’, ‘중국 라면 양념은 향이 강해 싫은데 남한 것은 달콤해 우리 입맛에 맞다’ 등 남한 라면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오랫동안 화제였다”고 설명했다. 기껏해야 중국산 라면만 먹어봤던 북한 주민들이 수해 지원품으로 나온 컵라면을 맛 본 후 남한의 경제발전 수준에 대해 놀라워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제시한 피해 지원 품목에도 컵라면이 포함돼 있어 ‘남한 컵라면’으로 한 차례 곤란을 겪었던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수해 지원을 꺼릴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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