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못하게 한다고 … 여친과 그 어머니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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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자 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 모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성남중원경찰서는 16일 오전 10시53분쯤 성남 중원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 박모(24)씨와 박씨의 어머니 문모(48)씨의 복부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박모(24·무직)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박씨는 범행 직후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살인을 했다”며 직접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전날 저녁 여자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다. 헤어지자’는 결별통보를 받았다. 박씨가 직업이 없는 데다 집에 늦게 들여보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만취한 박씨는 범행 네 시간 전인 오전 7시쯤 여자 친구 집에 찾아갔으나 여자 친구의 남동생(23)이 “그만 오라”고 냉대하자 말다툼을 하고 돌아갔다.

 박씨는 남동생의 말에 격분,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나도 우리 집에선 귀한 아들인데 무시한다. 나 지금 싸울 것”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하지만 설득하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근처 시장에서 해장국과 소주 한 병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끝내 화를 참지 못한 그는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여자 친구 집으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숨진 박씨의 집에선 아버지는 아침 일찍 출근하러 집을 나섰고 남동생도 그 사이 조기 축구를 하러 나가 집에는 모녀만 있었다.

 경찰은 “술에 취한 박씨가 집에 찾아가 여자 친구와 다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가 당황한 나머지 현재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성남=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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