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냉정과 자제 요구되는 동북아 영토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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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말 중국에서는 1972년 중·일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반일(反日)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의 일본 대사관에 물병과 계란이 날아들고,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상점들이 시위대의 공격에 시달렸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이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동북아 전체가 영토 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중·일 갈등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일본 정부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다. 극우 성향의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가 이끄는 도쿄도가 센카쿠 열도 매입을 추진하자 일 정부가 중국과의 갈등 관리에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인 소유로 돼 있는 섬들을 국가 예산을 들여 사들였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기준으로 영해기선을 선포하는 초강수로 맞서면서 양국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새로 선포한 영해에 해경감시선 6척을 투입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일본이 강제 저지에 나설 경우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과거 일본에 당한 굴욕과 수모를 앙갚음하자는 분위기가 일부 중국인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지 못하고, 영토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일본 정치권의 역사의식 부재와 얄팍한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 또한 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방편으로 반일 감정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이면서 우리와 인접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인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우리 쪽에 계속 시비를 걸고 있다. 이번에 중국이 한 것을 모방해 독도에 대한 새로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 각국 정부와 국민이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인도 몇 개 때문에 전쟁을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