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이사진 결단을 … ” 이사장 퇴진 압박한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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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서울 필동의 한 건물에 위치한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방문해 미화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최필립(84)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퇴진을 우회적인 표현으로 요구했다. 박 후보는 13일 동아일보와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사 공동인터뷰에서 자신이 이사장이었던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이사진이 잘 판단해 결단을 내려 주셨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최근 정수장학회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여러 가지 논란과 억측에 휩싸여 있다”며 “이런 논란이 계속되면서 장학회의 순수한 취지마저 훼손되고 있는데 이것은 정수장학회를 위해서도, 장학회 이사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후보 선출 이전부터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 이사장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한 측근은 “그동안 막후에서 박 후보 측 인사들이 최 이사장과 접촉해 자진 사퇴를 설득했으나 최 이사장이 예상보다 완고하게 반응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박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한 말이 나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사회를 설립 목적에 맞게 잘 이끌어 달라는 당부로 본다”며 “2014년까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새누리당에서 내가 물러나는 게 박 후보 대권 행보에 유리하다고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정수장학회는 새누리당이 마음대로 이사장을 갈아치울 수 있는 부속기관이 아니다”며 “정수장학회는 정치권의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설립 목적인 장학사업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인혁당 논란 이어져

박 후보가 인터뷰에서 “사과한 건 사과로 받아들이고, 더 갈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해야 우리가 진정한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또 논란을 불렀다. 사과하는 쪽이 사과받는 쪽에게 마치 훈계하듯 비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과 성명을 놓고 대변인끼리 우왕좌왕했던 것도 계속 구설에 올랐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새누리당은 공식적인 당의 입장이 있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 박 후보의 입장에 따라 입장이 바뀐다”며 “소통이 안 되는 사당(私黨)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치관·역사관은 당의 것이어야지 개인의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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