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면 병원에 눕는 멀쩡한 교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부산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 윤모(33·여)씨는 지난해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광안동의 B병원에 입원했다. 수업 중 칠판에 글씨를 많이 써서 목과 오른쪽 어깨가 결린다는 이유였다. 윤씨는 그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모두 23일간 입원한 것으로 병원 진료기록에 기재돼 있다. 상해보험 11개에 가입해 있던 윤씨는 보험회사로부터 입원비 780만원을 타냈다.

 그러나 윤씨가 누워 있어야 할 병상은 20일 넘게 빈 채였다. 윤씨가 교직원 연수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윤씨는 2010~2011년 방학 동안 110일간 입원한 것처럼 꾸며 41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광주의 한 중학교 교사 조모(42)씨도 지난해 12월 병원에 입원했다.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다 다리를 다쳤다”면서다. 그는 60일간의 입원비 명목으로 6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하지만 조씨도 병원에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입원 기간 중 휴대전화 발신지가 전북 무주 스키장 인근 지역으로 찍힐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처럼 여름·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보험 사기를 벌인 초·중·고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허위로 입원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챙긴 혐의(사기)로 윤씨 등 교사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적발된 교사들은 국·공립학교 교사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립학교 교사가 4명, 기간제 교사가 3명이었다. 이들의 보험 사기액은 모두 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교사들은 각자 3~16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하고 서류상 입원 환자로 등록한 뒤 입원 기간 동안 주로 학교에서 수업을 하거나 여행을 다녔다.

한영익 기자

◆ 방학 기간을 이용한 교사들의 보험사기 수법

① 1인당 3~16개 상해보험 가입

② ‘체육 수업 중 공에 맞았다’ ‘학교 계단에서 넘어졌다’ ‘칠판에 글씨를 많이 써 어깨가 아프다’ ‘스노보드를 타다가 다리를 다쳤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

③ 의사 묵인 아래 병원에 서류상으로만 입원한 뒤 정상 생활하면서 상해보험금 2억3000만원 수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