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보잉 제치고 세계 1위 항공기 제작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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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보잉의 아성이 곧 무너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대표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모기업 EADS가 영국 방위산업체 BAE와 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두 회사의 매출은 1000억 달러에 달해 687억 달러의 보잉과 465억 달러의 록히드마틴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 항공기 제작·방위산업체로 발돋움한다. 두 회사가 합병에 나선 건 안팎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앞다퉈 국방비 삭감에 나서면서 두 회사는 비용절감 압력을 받아왔다.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는 최소한 연 1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의 강점도 서로 달라 시너지효과도 클 전망이다.

 EADS는 에어버스의 ‘하늘 위의 궁전’ A380을 앞세워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 공략에 약점을 보여왔다. 이와 달리 영국 BAE는 미 국방부의 아홉 번째 공급계약자이자 미국에만 4만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방위산업체다. 미국시장 공략을 모색해 온 EADS로선 BAE를 미국 내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 주로 군수용 무기 제작에만 주력해 온 BAE도 첨단기술을 민항기에 접목할 길이 열린다.

 EADS와 BAE는 유럽연합의 공용 전투기 ‘유로파이터’ 생산업체이자 핵잠수함 제작사여서 합병 후에도 유럽 주요국에 ‘황금주’를 배정할 예정이다. 황금주란 주식 지분이 적어도 일반 주주에 비해 훨씬 비중이 큰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말한다. 황금주는 프랑스·독일·영국에 배분될 예정이다. EU 내 특정 국가나 기업이 합병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도록 한 주주의 지분도 15% 이내로 제한될 전망이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은 담담한 모습이지만 내심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EADS가 BAE를 앞세워 미국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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