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면제 정책에도 주택시장 살아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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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기자]

정부가 내놓은 9.10 주택시장 부양책을 놓고 말이 많다. 각기 자기 입장에서 나오는 얘기들이어서 정책 입안자들로서는 여간 혼란스럽지 않을?게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TV 코멘트 단골 손님의 주장도 공감가기는 커녕 "또 나오셨네"라며 시니컬한 반응만 준다.

까짓 것 비판이야 누군들 못하겠냐만 그래도 무슨 근거가 있어야 찬동을 할 게 아닌가.

정부가 지난 10일 올 연말까지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주택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예전에 많이 써 먹었던 내용으로, 특히 외환위기 시절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었던 DJ정부때 가장 효과를 본 정책 중의 하나이다.

그 정책으로 주택시장이?살아나 경제회생은 물론 주택으로 큰 돈 번 사람 많았다.수십억원대 하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이 혜택을 받아 양도차익이 10억원대를 웃돌아도 세금 한푼 안내도 되었다.심지어?한꺼번에 두 서너채를 산 사람도 있었으니 양도세 면제 정책 덕에?벼락부자된 사람 적지 않았다.

양도세 면제 대책 잘만 운용하면 효과 커

그런 실전 경험이?있었기에 양도세 면제 대책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이번 정부 대책으로 미분양 주택이 불티나게 팔려나갈까.

정말 궁금하다.항간에서는 당시와 지금의 경제 상황은 딴 판이어서?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다.하지만 "그래도 뭔가 효과가 있을 게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다.

시장 상황을 둘러본 기자는?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데 표를 던지고 싶다. 비싼 돈주고 아파트를 사놓고도 살던 집이 안팔려 입주를 못하는가 하면 엄청난 대출이자 갚느라 졸지에 하우스 푸어 신세가 돼버린 수많은 부동산 루저들의 슬픈 사연들이 계속 귓가에 쟁쟁거려서다.겉에서 본 사람의 감정도 이럴 진대 당사자의 심정은 오죽하랴.

사설이 길었다.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양도세 면제 카드는 일찌감치 강하게 밀어부쳤어야 했다. 중간에 찔끔 생색 내기용으로 하는 전시성 정책은 안 한것 보다 못하다. 기대치가 떨어지고 혼란만 가중시켜?다른 부양책까지 약발을 못받게 만든다.

원래 병 치료는 초기에 결판을 내야 한다. 병이 깊으면 내성이 강해져 잘 낫지 않는다. 우리 주택 시장도?중병으로 발전돼?어지간한 처방으로는 효과가 나기 어려운?구조가 됐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당초 발표한 정책 내용을 바꿔 법 시행 이전 미분양 주택에만 양도세 면제 혜택을 적용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올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을 계약할 경우 양도차익이 얼마가 되든 다 양도세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랬던 정부는 불과 3일도 안돼 정책 내용을 바꾼다고 하니 다들 흥분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러나 좀 냉정해보자. 정부로서도?이런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내용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연유가 있었을 게다.

그 연유는 대충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우선 양도세 면제로 인한 세수확보에 차질을 우려해 면제 대상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가뜩이 돈 쓸데가 많은데 세수가 부족해지면 안된다는?생각을 정책에 반영했다는?의미다. 또 한가지는 규제를 너무 풀어 버리면 집값이 뛰어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의중도 감안한 듯 하다. DJ정부 때의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정부는 왜 정책 내용을 수정했나

아무튼 정부의 수정 내용을 보면?정책 시행 이후에 발생한 미분양 분은 양도세 면제 혜택이 없다. 그래서 아파트 분양을 앞둔 업체들은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느냐"며 야단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이 잘 안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수정안을 내놓은 정부는 이런 파장까지 감안했을까. 신문에 나온?정책 당국자의 말이 사실인 경우?수정안을 만들면서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어느 신문의?정책 당국자 코멘트 "전에도 정책시행 이전 미분양 분에만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었다"는 말이 진짜 그가?한 것이라면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책상머리에서?정책을 만들었다는?뉘앙스를 풍긴다.

이는 지난 9월 10일 발표한?정책이 잘 못되어 이를 수정했다는 뜻이다. 이런 당국자는?중앙부처 고급공무원 자격이 있는지?모르겠다.

부동산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단순히 "전에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는 시각은 무사안일의 극치요, 앞뒤가 꽉 막힌 전형적인 공무원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 발굴은 커녕 전에 써먹었던 내용을 그대로 베끼면서 이로 인한 파장에 대해서는?전혀 생각하지 못한?단세포적인 인사라면 국가의 녹을 먹을 자격이 없다.

냉정해보자고 해놓고 기자가 중간에 흥분해버렸다. 정부는 양도세 혜택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청약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좋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정 기간 동안 모두 양도세를 면제한다고 하든지, 아니면 정책발표 전 미분양 분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처음부터 내용을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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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여건 변한 것 감안않고 과거 대책 베끼면 효과 없어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 이번 정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고작 생각하는 게 바로 눈앞만 바라보는 전근대적 사고냐? 사안을 크게 보고?일단 경제를 살려놓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등의 질타는 당연히 나오게 돼 있다.

비판 얘기는 이쯤에서 거두고 이번 정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한번 분석해 보자.
물론 완벽한 진단은 있을 수 없다.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해 가설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얘기다.

모든 신규 분양분에 대해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줄 경우다.

우선 긍정적인 가설을 보자.
"어찌됐던 양도세 면제 혜택기간 동안 집을 사려는 구매수요가 생겨나게 된다.설령 시장 여건이 바뀌어 예전같은 열기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효과는 있을 게 분명하다.이렇게 되면 돈이 돌아 전반적인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가설이다.
"전체 주택에 양도세 혜택을 주면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는 거의 미분양 사태를 맞게 된다. 모든 주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청약절차에 따라 분양을 받는 선량한 사람만 양도세를 무는?결과가 초래된다. 그런 현실에서 누가 아껴놓은 청약통장까지 깨가면서 분양을 받으려고?하겠는가.결국?대부분 청약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미분양된 것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규 주택은 자연적으로 미분양 단지가?되고, 업체들도?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도록?만들게?분명하다."

이들 가설 중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정책적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후자다. 미분양 주택이 지천으로 깔리면 양도세 혜택의 효과는 확 줄어든다.물론 기간을 정해 그 안에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미분양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없어져 물에 물탄 듯한 분위기가 조성돼?구매력이 감소될 여지가 많다.미분양 아파트가 사방에 늘려있는 데 뭐가 급하다고 서둘러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기존ㆍ신규주택 모두 헤택줘 경기 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래서 정부는??"지금 미분양 분이라도 털고 가자"는 명분을 앞세워?수정안 카드를 꺼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업체 입장에 봐도 이자 등?돈이?한없이 들어가는 공사중인 미분양 사업장이라도?먼저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니겠나.

양도세 면제 혜택이 축소된 것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주택업계다. 업체들도 너무 징징거리지 말아야 한다.처음대로 모든 주택에 다 양도세 혜택을 주면 잘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응이 냉랭해질 가능성이 크다.차라리 희소가치를 높여 현재의 미분양 분이라도 빨리 팔고 나가는 게 상책아닌가.

아니면 일정 기간동안 모든 중고주택과 신규 주택 모두 양도세를 면제 또는 감면해 주는 제도를 시행해 보자. 희소가치가 떨어져 열기를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기간동안 구매력 살아나면서?주택거래 시장도?어느정도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된다.세수감소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정부는 이제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다.지금 이대로 자연치유가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아니면 극약처방을 내놓아 경기를 살려놓고 볼 것이냐를 놓고 말이다. 그대로 둬도 경기악화로 인한 거래부진 등으로 부동산 관련 세수는 준다.그렇다면 당분간 세수감소를 감수하고 규제를 확 풀어 경기를 살려 놓은 뒤?세수를 확대하는?게 좋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이 사안을 놓고 깊이 생각해 볼 것을 정부한테 권유하고 싶다.

규제 완화로 인한 주택값 상승을 대비해 저소득층용이나 1인 가구 주택은 정부가 적극 공급하면 부작용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주택은 완전 시장 기능에 맡겨버리 것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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