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공 '신흥 우량주'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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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기업들의 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실적과 기업가치가 새로운 투자 척도로 자리잡아 구조조정 결과에 주가가 뒤따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의 안동원 이사는 이에 대해 "투기보다 투자가 통하는 시장이 되고 있다" 고 진단했다.

증시 조정기에 투자자들이 주식 사들이기에 망설이지만, 군살빼기를 통해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은 예외다. 구조조정 성공기업은 자본금과 발행주식이 많은 '무거운' 종목들이 많지만 최근 외국인 매수세까지 가세해 한계단씩 착실히 오르다보니 어지간한 테마주의 수익률을 능가하고 있다.

교보증권과 LG증권은 6일 그동안 구조조정 성과가 두드러진 상장사 20개를 투자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이들은 올 들어 5일까지 주가가 평균 76.1% 올라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8.4%)를 크게 앞질렀다.

◇ 주가 날개 단 구조조정주=현대모비스는 올 들어 주가가 1백40%나 올랐다. 회사 이름을 바꾼 데 걸맞게 최근 2년새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의 김명수 이사는 "옛 현대정공을 상징이던 레저용자동차.컨테이너.철도차량 등을 매각하거나 폐쇄하면서 수익성 높은 자동차부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1998년 8천명이 넘던 직원은 4천6백명으로 줄었고 부채총액은 9천억원 감소했다.

덩달아 순이익이 99년 2백17억원에서 지난해 1천1백31억원으로 급증하자 외국인들이 주식 매집에 나서, 지난해말 0.5%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10.2%까지 높아졌다.

태평양도 구조조정을 통해 한 우물만 판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주가가 1백3%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통신.한전.포철 등은 평균 7.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회사는 야구단.패션.정보통신.생명보험처럼 화장품과 관련없는 9개 계열사를 정리해 1995년 2천8백30억원이던 차입금을 지난해말 2백60억원으로 줄였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달부터 현대모비스와 태평양이 새로운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경기나 성장성 등 막연한 기대에 바탕을 두고 특정 종목군이 무더기로 오르내리던 증시 체질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 구조조정도 하기 나름=구조조정 성공기업의 공통점은 외형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보다 과감한 군살빼기를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그동안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낮춘 기업이 많았지만 자본금을 키워 수치만 꿰맞춘 경우가 많았다" 며 "올 들어 주가가 뛴 것은 절대 부채규모를 줄이면서 수익성을 개선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인 회사들" 이라고 설명했다.

LG전선은 1983년부터 줄곧 적자였던 기계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마무리 중이다. 모두 13개 사업부 가운데 93년 중장비.프레스 등 4개 사업부문을, 99년에는 제지기계.소각로 등 4개 사업부문을 매각한 뒤 전선 부문의 이익을 까먹던 기계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다.

대림산업은 99년 대림엔지니어링을 합병하며 3천2백명이던 직원을 5백명 줄여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대신 대림엔지니어링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건설 비중을 99년 매출의 7.1%에서 2000년 21.8%로 늘렸다.

또 가격하락에 시달리던 유화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떼내 순부채비율을 99년 69.4%에서 30.2%로 줄인 반면 매출총이익률은 98년 11%에서 2000년 13.1%로 올렸다.

◇ 주력사업 바꾼 기업도 각광=배를 수리하던 현대미포조선은 90년대 중반부터 특수선 중심의 신규조선업체로 변신했다.

임금 따먹기식의 배 수리가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유전 시추선과 해저케이블.파이프 부설선 등 특수선 수주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85%를 신규 조선에서 올렸다.

이 회사 이윤혁 상무는 "주력 사업 전환이 시장 흐름과 맞아떨어져 요즘은 오히려 인력을 늘여야 할 판" 이라며 "현대에서 계열분리가 완료되면 주가가 기업가치 수준으로 회복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 구조조정으로 높아진 수익성=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와 수익성.사업안정성이 높아지면 주가와 기업가치는 오르게 마련이다.

한국전기초자는 대우에서 일본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부채비율은 1천1백14%에서 37%로 급감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 85%에서 53%로 늘었다.

현대자동차도 계열 분리 뒤 부채비율이 4백90%에서 1백36%로 하락한 반면 ROE는 2.8%에서 9.0%로 올랐다. 이들 종목이 급등하면서 증시에는 구조조정 테마주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경기회복으로 반도체.건설 등 경기민감주들이 부상할 때까지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신흥 우량주들이 계속 증시를 이끌 전망" 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위원도 "블루칩은 사둘 만큼 사둔 외국인들은 요즘 대체 종목으로 최근 구조조정을 끝내 실적이 호전되는 종목을 뽑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 전했다.

김광기.나현철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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