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세청, 탈세 내부고발 1억 달러 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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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 AG의 탈세사건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에게 미국 국세청(IRS)이 1억400만 달러(약 117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는 개인에게 지급된 포상금으론 역대 최고액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제보자인 브래들리 버켄펠드(47·사진)는 미 사법 당국에 자신의 범법행위를 감췄다가 발각돼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태에서 포상금을 받았다.

 IRS가 복역 중인 범법자에게 역대 최고액의 포상금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지급하고 이를 공개한 건 대기업의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버켄펠드는 UBS에 재직 중이던 2007년부터 IRS에 내부정보를 제공해 왔다. UBS가 1만7000명에 달하는 미국인 고객에게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만들게 한 뒤 이를 통해 예술품과 보석을 사들이도록 하는 수법 등으로 200억 달러를 탈세하도록 도운 과정을 세세하게 제보했다. 심지어 그 자신이 부자 고객을 위해 치약 속에 다이아몬드를 숨겨 밀수한 내용까지 털어놨다. 그의 정보를 토대로 미 국세청은 UBS를 압박해 2009년 7억80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받아 냈다.

 게다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4000여 명의 미국인 스위스 비밀계좌 명단도 넘겨받았다. 이에 겁먹은 미국인 3만3000여 명이 해외에 숨겨 놓은 계좌를 자진신고해 IRS는 5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과 과징금을 거두는 예상 외 전과도 올렸다. 미국은 내부고발자의 정보로 정부가 추가로 얻는 세수의 30%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버켄펠드가 받은 포상금은 IRS가 UBS로부터 받아 낸 4억 달러 세금의 26%다. 버켄펠드는 감옥에서 30개월을 복역한 뒤 뉴햄프셔주 안전가옥에서 가택연금 중으로 11월 풀려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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