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보기] 일본 대도약 원동력은 두꺼운 선수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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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예선 탈락한 반면 가깝고도 먼 나라 라이벌 일본이 4강에 올랐다.그것도 조 1위로 말이다.

대회직전 일본은 나나미·나카무라·이치가와 등 주전이 부상으로 빠지고 이로 인한 팀 컨디션 저하로 B조 약체 팀으로 평가절하 됐으나 이를 비웃듯 대도약을 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이 남긴 전적은 완벽했다.세계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주전들을 대거 빼고도 꿀리지 않는 경기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고,옴보마·에투 등 세계적 스타들이 죽기 살기로 뛴 시드니올림픽 우승팀 카메룬을 2-0으로 일축했으며,지난해 북중미 골드컵 우승팀 캐나다를 3-0으로 눌렀다.강호들을 상대로 5득점·무실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일본축구의 전력은 내년 한·일 월드컵 8강의 목표가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속아픈 현실을 우리에게 인정케 했다.

일본축구 대도약의 배경과 원동력은 무엇일까.우선 꼽고 싶은 점은 일본축구의 두꺼운 선수층이다.카메룬전에서 2골을 넣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스즈키나 지난해까지만해도 대표팀에서 겉돌던 오노 등이 주전으로 올라섰고 수비에서도 모리오카·마쓰다·고지 등 새로운 선수들로 완벽한 조직력을 구축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일본은 4-4-2,3-5-2 등의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전술 변화가 컸고 이에 따른 많은 선수들을 가동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조직력을 과시했다.이는 선수층이 두껍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일본축구의 가능성은 이미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때 예견됐다.비록 3패를 했지만 월드컵 처녀 출전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아르헨티나·크로아티아·자메이카 등 강호를 맞아 주눅들지 않고 자기들이 준비한 전술과 기술 등을 마음껏 펼쳐 보인 것이다.

일본은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선수들은 실업팀에 스카웃해 선진축구를 모방했고,80년대 세계적인 지도자들을 영입해 세계축구의 흐름에 편승했으며,90년대 초반부터 유망주들을 해외유학시켰다.이도 모자라 J리그를 출범시킨 이후 팀 수를 꾸준히 늘려 99년부터 J1·J2리그로 본격적인 1·2부 리그를 시행하면서 능력있는 청소년 선수들을 양성했다.

한국축구가 첫 경기에서 주눅들어 제정신으로 경기를 못한 반면 일본은 어느 나라 어느팀을 만나도 얄미울 정도로 자기 플레이를 완벽히 소화했다.일본 대표팀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과감히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강호들과 용감히 겨뤄 선진축구에 대한 콤플렉스를 씻는 부산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일본축구 대도약의 현실을 지켜보며 ‘수준높은 축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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