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물거품 되어가는 조던 복귀

중앙일보

입력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NBA는 레이커스의 플레이오프 연승행진이 화제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에서 현재 11승무패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파이널에 선착, 물고 물리는 양상을 펼치고 있는 밀워키-필라델피아의 승자를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또한 얼마전 뉴저지에서 벌어진 NBA드래프트 로터리에서는 워싱턴 위저즈가 행운의 1번픽을 차지, 팀의 리빌딩을 가속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저 두가지 소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마이클 조던의 복귀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레이커스의 끝없는 연승행진은 코비의 위상을 조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벌써 미국의 스포츠싸이트들은 코비를 조던과 비교하는 등,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국내 NBA모임 등에서도 조던과 코비의 비교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 1963년생으로 거의 40줄에 가까운데다가, 몇 년간 NBA를 떠나있었던 조던이 복귀하여 코비, 아이버슨등의 떠오르는 스타들을 능가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복귀를 택한다면, 오히려 그동안 쌓아놓은 명예를 깎아먹는 효과를 낼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복귀를 반갑게 여기는 조던팬들이 많겠지만, 그들이 '신'으로까지 추앙하는 조던이 비록 나이가 들어서라지만, 코비 같은 젊은 스타들보다 떨어지는 활약을 펼친다면,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수 없을 것이다.

두번째로, 워싱턴이 드래프트 1위픽을 따냈다는 것 역시 조던의 복귀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이미 워싱턴은 지난 시즌에 로드 스트리클런드의 방출, 주완 하워드의 트레이드를 통하여 성공적인 리빌딩에 접어들고 있다. 하워드의 트레이드 때 영입한 코트니 알렉산더는 리차드 해밀턴과 함께 워싱턴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고, 지난시즌을 부상으로 날리긴 했지만 이턴 토마스 역시 인사이드에 힘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따낸 워싱턴의 드래프트 1위픽은 팀의 리빌딩의 완성을 이뤄줄 요소이다.

그런데 이때 조던이 복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조던은 공격에 있어서 팀의 중심에 설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바클리까지 같이 복귀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팀은 그 둘이 이끌어갈 것이다. 한창 성장해야 할 젊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시즌 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리차드 해밀턴과 코트니 알렉산더는 조던과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주전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둘중 하나가 주전으로 남는다해도 이미 팀내에서 작년만큼의 비중은 차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외 내년부터 도입되는 지역방어 역시 복귀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대인방어에 비해 체력소모가 적다는 점은 나이가 많은 조던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9번이나 All-NBA defensive 1st Team에 들 정도로 뛰어났던 그의 대인방어 능력은 그만큼 인정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조던과 함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바클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지역방어는 보통 앞선에서 빠른 선수들이 포진하여 수비벽을 구축하고, 뒷선에서는 블록슛 능력이 뛰어난 장신선수들이 뒷받침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6피트 6인치에 불과한 바클리가 파워포워드라는 이유만으로 뒷선에 배치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많은 나이와 큰 덩치로 인한 둔한 스피드를 고려할 때 앞선에 배치하기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지역방어의 허용은 공격에서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선수시절 아이솔레이션으로 큰 재미를 봤던 두선수인지라 아이솔레이션이 불가능한 지역방어 상황에서는 예전만큼의 위력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진다. 조던의 경우 예전처럼 자신의 수비수를 훼이크로 제끼고 가볍게 점프슛하는 모습이나, 마크맨을 뚫고 환상적인 덩크나 레이업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공을 몰고 가는 지역마다 수비선수들이 버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클리의 경우 주 패턴인 포스트업 공격이 불가능해진다. 바클리는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잡은 후, 패스를 할지 1대1 공격을 할지 결정한 후 비로소 포스트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역방어 상황에서 공을 잡은 후 나머지 선수들이 자리잡기를 기다린다면, 이미 수비수들은 그의 공을 가로채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조던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40을 바라보는 나이로 코비, 아이버슨, 카터 등 한창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꺾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성공적인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는 자신의 팀에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는 점, 또한 예전만큼의 쉬운 득점을 노릴수 없게 하는 지역방어의 허용등이 바로 그 이유이다. 이 상황에서 조던이 무리하게 복귀를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모험일 뿐이다. 자칫잘못하다간 지금껏 쌓아온 농구선수로서의 영예에 오점을 남기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던은 등부상을 당해서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부상이 복귀를 방해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팀의 성공적인 리빌딩에 힘입어, 다시한번 플레이오프를 노리는 팀이 될지도 모르는 워싱턴, 이 팀에 있어서 그가 진정 필요한 역할은 선수로서가 아니라, 구단주로서의 뒷받침이 아닐까? 또한, 조던 자신에게 있어서도 지금은 선수가 아닌 구단주로서의 농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NBA팬들 나아가서는 조던의 팬들 역시 나중에 큰 허탈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또는 그의 깜짝 복귀에 벅찬 감동을 맛보고 싶다면, 조던의 복귀가 물거품이 되어가는 지금의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조던은 '복귀할 가능성이 0.1%는 있다'라는 희망적인 말이 아닌, '99.9% 복귀하지 않겠다'라는 부정적인 말만 남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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