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애널리스트 김미연의 합격 확률 높이기] 만능로봇만이 명문대를 가는 시대는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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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애널리스트

“서울대나 연고대 보내고 싶은데 … 성적이 모자라요. 그리고 무조건 경영·경제학과입니다.”

 입학설명회를 찾은 한 아버지의 말에 풀 죽은 고2 수험생 아들 박명수(가명)군은 필자에게 “전 미대 가고 싶어요”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SOS를 요청했다. 박군은 강남 8학군도 아니고 특목고·자사고생도 아니다. 일반계고생인 박군의 내신성적은 1등급으로 우수한 편이고 수능도 4개 영역(언수외탐) 점수가 2/1/1/3 등급으로 언어와 수리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능성적만 봤을 때, 아버지의 목표인 SKY는 사실상 힘들었다. 또한 박군은 희망 진로도 아버지의 소망과 달라 갈등도 있었다.

박군은 미대를 졸업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술에 관심이 많고 재능도 있지만 아버지는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며 딱 잘라 반대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대를 나온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세뱃돈을 저축하고 펀드에 투자해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거두는 등 이재에 탁월한 면을 보였다. 또한 어릴 적부터 경제 관련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하며 실상 경영·경제에도 꾸준한 관심이 있었다. 박군은 미술과 경영 사이에서 원하는 명문대에 갈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소질만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 미술도 좋고 이재에도 능한 박군에게 두 가지를 모두 선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경영을 통해 예술도 배고프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예술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 후 박군은 본인이 좋아하는 미술동아리 통해 작품활동을 하면서 교내외 활동으로 경매시장을 개최했다. 경매를 통한 수익금은 고아원이나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데 사용했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체에 문을 두드려 미술전 후원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미술전 이후엔 더 많은 결손가정을 도울 수 있었다. 이런 성공적인 비교과 활동은 박군의 진로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고 내신과 수능성적 향상에도 탄력을 받았다.

박군이 현재 상황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고려대 학교장추천 전형,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이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동 전형에서 고교별로 2명까지 추천이 가능하다. 인문계 고교수(1554개교)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지원 가능 인원은 3000명 가량 된다. 다른 전형이나 정시보다 경쟁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박군과 같이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며 확실한 꿈과 진로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면 합격에 대한 희망을 걸어도 좋다. 물론 면접과 기타 교과·비교과 활동이 있지만 이렇게 재능이 있는 학생은 다른 영역의 등급을 올리는 것보다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입시설명회나 상담을 통해 만난 학부모들의 고민은 ‘수능, 내신, 비교과활동, 논·구술 준비 등을 어떻게 하면 다 잘할 수 있나요?’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못하면 명문대를 못 갈 것 같은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는 것이다. 만점이 아니라고 한숨 짓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SKY의 2013학년도 대입전형은 정시에서 20~30% 정도만 선발하고 대부분 수시 전형(서울대 수시 전형 80%, 연세대 수시 전형 71%, 고려대 수시 전형 70%)으로 뽑는다. 박군이 목표한 서울대는 전체 전형 중 24%를 수시-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고려대는 학교장추천 전형, 연세대는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으로 각각 16.3%를 선발한다. 모두 입학사정관제 전형(서류평가+면접)이다. 이처럼 반드시 전 과목 1등급을 받는 아이가 아니라도 아이의 특성과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희망은 있다. 더 이상 만능 로봇이 명문대를 가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김미연 애널리스트는

『입시의 정석』 저자이자 유진투자증권 교육담당 애널리스트다. 교육주 분석을 위해 교육정책을 달달 외우고 매년 다양한 입학설명회에 참석하며 여의도 증권가에 입시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5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그녀는 단순한 주가 분석이 아닌 입시 전략서 ‘교육의 정석’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고 보고서를 본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전국 입시설명회와 정식 출판까지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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