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주류로 세계 영화계 우뚝 선 김기덕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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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기덕 감독의 작품인 ‘피에타’가 어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 칸,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김 감독 개인의 영광이면서 한국 영화 100년사(史)의 쾌거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은 이래 5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 영화의 세계 3대 영화제 도전사가 김 감독의 이번 수상으로 마침내 정점(頂點)을 찍었다.

 김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정복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그의 굴곡진 삶과 집요한 작가주의 정신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김 감독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생계를 위해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화도 독학으로 깨우쳤다. 스스로 자신을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는 흥행성보다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파고드는 자기만의 작품에 매달렸다. 그 바람에 충무로에선 마이너리티이자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통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사마리아’로 2004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같은 해 베니스에선 ‘빈집’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의 비주류 영화감독이 만든 개성 강한 작가주의 작품이 세계에 통했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수상작인 ‘피에타’는 자본주의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영화다. 이런 ‘불편한’ 영화가 베니스에서 최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영화의 다양성과 지평이 넓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고 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깎아놓은 밤처럼 세련미가 돋보이는 콘텐트만이 아니라 강력한 개성을 갖춘 비주류적 콘텐트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김 감독은 보여줬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끝에 세계 영화계의 정상에 우뚝 선 김 감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