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파이널 퀸의 공포 살려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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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미래에셋)가 국내 투어에서 ‘지존’이라는 얘기를 듣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때 팬들은 그가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라고 믿었다. 페어웨이 적중률 100%, 그린 적중률 100%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순간, 신지애는 컴퓨터처럼 정확한 샷을 했다. 다른 선수들도 신지애를 무결점이라고 무서워했다. 그래서 잘 치다가도 최종라운드에서 신지애가 쫓아오면 당황했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청야니(대만)도 신지애를 만나면 한 없이 약해지기만 했다. 신지애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밥 먹듯 하는 파이널 퀸이 됐다. 신지애에게 우승은 쉬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0년 가을 미즈노 클래식 이후 우승이 없다. 지난해 초 청야니와 경쟁을 하다 물러선 후 마지막 라운드에서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는 강렬함은 줄어들었다.

신지애가 볼을 잘 못 치거나 퍼트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손목 수술을 해서 공백이 있었지만 기록은 전성기에 버금간다. LPGA 투어 언더파 수 1위이고 평균 스코어는 2위다. 킹스밀 챔피언십이 끝나면 평균 타수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술 후 복귀한 후 캐나디언 오픈 등 몇 차례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도 했다. 그러나 아직 우승컵은 없다.

10일 열릴 킹스밀 챔피언십이 좋은 기회다. 신지애는 폴라 크리머에 2타 차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다. 골프는 코스와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최종라운드는 매치 플레이 성격이 강하고 크리머는 흔들어 떨어뜨릴 수 있는 상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이널 퀸의 본능이 살아나야 한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부터 캐디를 바꿨다. LPGA 남자 캐디 치고는 키와 덩치가 작다. 나이도 신지애보다 한 살 어리다. 신지애 캠프에서는 "아무래도 어린 여자 선수들은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큰 캐디와 경기하면 마음대로 컨트롤 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기가 센 캐디보다는 신지애가 경기를 주도할 수 있도록 선수 보좌형의 캐디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신의 강한 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스탭을 바꾼 것이다.

캐디는 지난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알게된 사람이다. 안선주의 가방을 멨다고 한다. 프랑스인으로 유러피언 투어에서 무명선수들의 가방을 멨는데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신지애는 "캐디에게 도움을 받을 것도 있다. 그러나 캐디의 경험이 아주 많지는 않기 때문에 내 역할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버그=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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