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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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KB금융그룹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협상 타결이 임박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ING한국법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막판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인수가격 차이가 2000억원 이내로 좁혀졌다”며 “다음 주 정도에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ING생명은 애초 매각가로 3조~3조5000억원 정도를, KB금융은 희망 인수가로 2조6000억원을 제시해 견해 차가 있었지만 최근 ING그룹이 KB금융의 제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ING그룹이 유럽위원회(EC) 협약에 따라 2013년까지 은행과 보험부문 사업을 분리해야 하고, 구제금융기금 30억 유로도 갚아야 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에 관여한 소식통은 “막판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략 2조7000억원 정도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에 이어 국내 생명보험업계 4위로 올라서게 된다. ING생명은 외국계임에도 우수한 보험설계사 조직으로 업계 5위의 실적을 유지해왔고, KB생명은 업계 15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빅3’가 시장을 50% 정도 지배하고 있는 국내 생보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KB금융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가 ING생명을 인수함으로써 방카슈랑스 등의 물량 공세를 통해 이들 빅3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삼성생명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최대 보험설계사 조직을 거느리고 있으나 KB금융의 진입으로 앞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2위 다툼을 벌이는 교보·대한생명은 더 다급하다. 이들 회사는 은행 등 실적을 뒷받침해줄 마땅한 금융 계열사가 없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비은행 계열이 소유한 빅3와 신한·ING생명 등 은행 계열 생보사 간에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물량 공세에만 신경을 쓰면 역마진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KB금융 입장에서는 그간 취약했던 비은행 계열, 특히 보험부문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비은행 계열에서 시장을 주도할 대형 ‘선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간 기형적으로 은행에 쏠렸던 KB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은행과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보험사 임원은 “위험률이 높은 이른바 ‘악성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라며 “ING생명 직원의 고용승계 문제도 풀어나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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