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휴대전화 요금 원가 공개하라” 이통업계 “영업비밀 노출, 경쟁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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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휴대전화 요금의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화)는 참여연대 소속 안모(39)씨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요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업은 자연독점 상태로 자유경쟁 시장원리에 따라 형성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근 가계의 통신비 부담 때문에 요금 인하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진 만큼 요금 책정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개 대상 자료는 ‘이동통신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용’ ‘이동통신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요금 산정 근거 자료’ ‘스마트 모바일 이용촉진 요금제도 개선보고자료’ 등 참여연대가 청구한 자료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용 중 인건비, 영업비용 등 세부항목은 영업상 비밀로 인정해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최근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4세대 LTE 서비스 관련 자료는 참여연대 측이 요구하지 않아 판단 대상에서 빠졌다. 원고 측 조형수 변호사는 “법원이 원가 공개를 통한 공익을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LTE에 대한 정보공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동통신업계는 “핵심 경영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투자비, 마케팅비, 네트워크 유지·관리비 같은 정보가 경쟁사에 노출되면 시장경쟁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원가를 공개하면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한 업체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최근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스마트폰 요금이 세계 7개 도시 중 가장 저렴하다”며 “원가 정보를 공개한다고 요금을 더 내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방통위는 일부 영업비밀이 인정받은 만큼 원가정보를 공개하더라도 문자 1건, 통화 1초, 데이터 1MB당 원가는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395만 명이고, 이 가운데 2G와 3G 가입자는 각각 1310만 명, 3280만 명이다.

박태희·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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