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특별기고

일본의 문제는 독도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일본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가지 있다. 동아시아 국가의 역내 화합을 이끌어 나가길 원한다면, 일본은 과거를 청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즉, 주변국들과 계속 영유권(독도와 센카쿠/댜오위다오) 및 교과서 내용 등에 대한 분쟁을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과 일본의 선도적 역할을 위해 정치적 화해를 추구할 것이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교과서 내용 및 영토분쟁과 관련해 일본과 중국·한국의 관계는 다시금 악화하고 있다. 특히 독도가 일본 소유라는 일본의 반복되는 주장(문부성은 이 내용이 담긴 교과서를 승인)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한 정부 및 국민 모두 이 섬이 한국 영토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올 7월 시작된 분쟁은 계속돼 양측 간에 외교적 항의와 대사 소환에 이르렀다.

 최근의 갈등국면에서 볼 때 세 가지는 확실하다. 첫째, 마땅한 해결책이 없으며 계속해서 한국이 독도를 소유하는 현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둘째, 무역·문화·교육·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해온 데서 보듯, 협력과 평화만이 양국의 국익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이므로 양국 모두 무력충돌은 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국 정치인 모두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취할 것이다.

 이 같은 충돌의 원인 중 하나는 일본이 20세기 초 이웃 국가들을 점령한 것에 대한 정당화와 죄의식 사이에서 양면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은 어느 관련국에도 장기적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양국의 정치인들은 일련의 민족주의 분출로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논란을 부추긴다. 그러고는 외교관들에게 상황을 진정시키고 상호 협력을 회복하라고 주문한다.

 동아시아 역내 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일본의 열망을 고려하면 이 같은 비생산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 일본에 유익하다. 확실한 것은 일본이나 주변국들은 이러한 민족주의 분출에서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정책 목표가 동아시아 협력 구축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역내 협력 도모를 목표로 일관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말해 일본은 그러한 정책이 없다. 오히려 주변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공식적인’ 행동이나 언행으로 그 사과를 뒤집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일본은 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있어 일관된 정책을 이끌어낼 수 없는가. 일본 정치인들은 좌우 양 진영으로 깊이 분열되어 있다. 우익은 일본이 제국을 건설함이 옳고 따라서 이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으나, 좌익은 그와 반대의 주장을 한다. 이러한 양 진영 간의 대립은 정당 간의 화합을 저해하여 과거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보여주었던 것과 유사한 화해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정치적 무능함과 정치적 저항을 더욱더 강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독일 정부는 일본과 달리 2차대전 종전 직후 미래지향적 자세로 과거사 청산절차를 밟았다. 지도자들이 과거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고,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공식적 화해정책을 수립해 일관되게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독일은 유럽연합(EU)에서 지도국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도 주변 국가와의 도서 영유권 분쟁과 같은 사소한 논쟁에서 벗어나야 하며, 한국과 중국 국민뿐만 아니라 자국의 오키나와 주민들까지 분노케 했던 교과서 편집과 같은 일은 포기해야 한다. 과거 잘못된 행위들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이 일본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다시금 숙고해 봐야 할 문제다. 현실적으로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공식적인 성명과 일본의 실제 행동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주변국들은 이처럼 과거사를 반성치 않는 일본을 새로운 역내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는 선도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강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일본이라는 인식을 해소한 이후에야 동아시아에서 지도국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쩌면 한국의 강력한 지지에 의해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인들은 일본이 계속해서 과거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동아시아를 새로운 협력과 화해의 시대로 이끌 것인가 하는 두 가지 문제 중 어느 것이 자국 미래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오직 일본인들만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독도/다케시마, 동해/일본해, 센카쿠/댜오위다오로 병기했으나 본사 표기 지침에 따라 단독 기재합니다.

케네스 퀴노네스 일본 아키타 국제대학교 연구소장 전 미 국무부 한국과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