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서 안경 없이 보는 3D TV, 46인치 디스플레이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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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LED TV 업체인 중국 하이센스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2’에서 LED TV와 ‘구글 TV’를 부스 전면에 전시했다. 외국인 직원이 동작 인식을 시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베를린=이지상 기자]

유리처럼 투명한 화면에 영상이 나타나는 46인치 디스플레이, 안경 없이 3D 화면을 볼 수 있는 TV….

 삼성·LG전자나 일본·유럽의 가전업체들이 선보인 기술이 아니다. 지난달 3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 ‘IFA’에서 중국 업체들이 이런 기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전자회사들이 달라졌다. 그간 글로벌 선도업체들의 디자인과 기능을 흉내 낸 저가 제품을 선보이는 데 그쳤다면 이번 IFA를 통해서는 자신들이 기술을 선도하는 수준에 올랐음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중국 하이얼은 IFA에서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넓은 전시관을 꾸몄다.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뿐 아니라 스마트TV·스마트폰·태블릿PC까지 진열했다. 55인치 LED 3D TV와 함께 46인치 투명 디스플레이를 내놔 주목받았다. 스마트폰과 관련해 크리스토프 찬세네스트 하이얼 유럽본부 모바일 마케팅 디렉터는 “지난해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번 IFA를 유럽 진출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하이얼의 초고해상도(UD) TV

 세계 5위 LED TV 업체인 하이센스는 안경 없이 3D를 시청할 수 있는 ‘울트라D’ 기술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상용화하기엔 보완할 점이 있지만 눈여겨볼 만한 기술임에는 틀림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이센스는 또 올해 안에 스마트폰 2개 제품을 유럽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업체들은 ‘저가형 시장’을 선택했다. 중국 휴대전화 업체 화웨이(Huawei)는 IFA 전시장에 스마트폰 부스를 열고 ‘매력적일 만큼 저렴한 가격의 스마트폰(attractive low price)’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4.0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4인치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모델인 ‘에센드 G 330’은 올해 11월 유럽 출시 예정으로 약정 없이 199유로(약 28만원)에 책정됐다.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 유럽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스페인의 정보기술(IT) 전문 블로거 알베르토 발레스틴은 “중국 업체들이 시장 공략 타깃을 확실하게 정해 제대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삼성과 비교했을 때 응답 속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중국 전자제품들이 한국과 기술 격차가 있지만 TV 분야는 1~3년까지 좁혀졌다는 분석도 있다. TCL이 선보인 46인치 스마트 TV의 경우 베젤(테두리) 두께가 1㎝ 안팎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일본과 비슷하고 유럽 가전업체 제품의 4~5㎝에 비하면 앞선 디자인이다. 하이얼이 일본 산요를, 훙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만큼 여기서 얻은 기술·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전자회사들이 머지않아 선진국 프리미엄 시장에까지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이번 IFA에서의 중국 업체 급부상에 대해 “기존 틀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아예 판을 바꾸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아 중국 업체의 추격을 떨쳐버려야 할 때라는 소리다. 권희원 LG전자 TV 사업본부장은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빠르게 도망가려 힘을 쏟고 있다”며 “언제나 앞설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중국을) 앞서나가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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