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 선수가 두 국가에서 대표 뽑혀

중앙일보

입력

한 선수가 같은 날 두 국가의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뽑히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 축구대표팀 올렉 로만체프 감독과 우크라이나 대표팀 발레리 로바노프스키 감독은 26일 (한국시간) 안드레 카랴라 (23.소비에토프 사마라) 를 다음달 열릴 2002 한.일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전에 참가할 자국 대표선수로 소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카랴카는 이날 한 스포츠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을 맞았다" 며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경우의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의논해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현재 유럽 지역예선 1조 선두인 러시아는 다음 달 2일 유고와의 홈경기를, 6일 룩셈부르크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또 예선 5조 3위인 우크라이나는 같은 날 (다음 달 2.6일) 각각 노르웨이.웨일즈와 홈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카랴카의 결정은 한때 같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갈라져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양국에 미묘한 파장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양국 선수들은 국적을 바꿔왔는데 이런 흐름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초 우크라이나 출신 일류 선수인 안드레이 칸첼스키스.빅토르 오노프코.세르게이 유란.일리야 침발라.유리 니키포로프 등이 러시아팀에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칸첼스키스는 "우리에겐 러시아팀에서 뛰던지, 아니면 94 미국 월드컵에 나가지 말던지, 두 가지 선택 뿐이었다" 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나중엔 결국 또다른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인 세르게이 세마크.아르툡 베즈로드니 등에게 밀려 러시아 대표를 그만 뒀다.

또 최근에는 반대 현상도 일어나, 지난해 러시아 출신 축구선수인 세르히이 코르밀쳬프.세르히이 세레브렌니코프.아르툠 야쉬킨 등이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얻었다.

일부에선 양국 대표팀이 우수한 신인급 선수가 상대방에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대표팀에 발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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